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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y the fire fighter
2017.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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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Carry the fire fighter’

소방 패션 브랜드 파이어마커스

By 홍연진 (스토리텔러)

최근 업사이클링을 통한 디자인 제품, 인테리어 공간이 관심을 얻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스위스 가방 제조 회사 ‘프라이탁(FREITAG)’, 모어댄의 패션 브랜드 '컨티뉴(Continew)'는 모두 버려지는 것에서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다. 프라이탁의 경우 트럭 방수천, 자동차의 안전벨트, 폐자전거의 고무 튜브 등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으며, 컨티뉴 역시 자동차용 가죽시트, 안전벨트, 에어백, 폐현수막 등을 재사용하고 있다. 한정된 자원인 가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구매와 동시에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슈머(Greensumer)’가 될 수 있다. 가방을 들고 다니는 행위만으로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프라이탁 공식 홈페이지>


<사진=컨티뉴 공식 홈페이지>

업사이클링은 많은 소셜 벤처들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이다. 업사이클링을 통해 디자인 제품을 제작하는 소셜 벤처를 찾아보던 중 조금 특별한 브랜드를 접하게 되었다. 이제는 익숙해져버린 자동차용 소재가 아닌 소방서에서 버린 폐호스를 활용한 패션 전문 브랜드가 있었다. 단순히 환경 문제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소방관의 희생과 헌신을 알리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파이어마커스(FIRE MARKERS)’이다.


<사진=파이어마커스 공식 인스타그램>

파이어마커스(FIRE MARKERS)는 2014년 4월에 시작된 소방 패션 전문 브랜드이다. 소방 패션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 소방서에서 사용기한이 지나 폐기 처분한 폐호스를 이용하여 가방, 휴대용 파우치, 지갑, 의류 등 패션 아이템을 제작하는 것을 말한다. 폐호스는 재활용하지 못하고, 일반쓰레기로 분류되어 상당한 양이 버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폐호스에 대한 통계 자료도 없다고 한다. 이규동 대표는 소방서에 다니는 아버지, 소방방재학과 학생으로서의 경험, 영국의 한 기업 사례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사진=파이어마커스 공식 인스타그램>

파이어마커스의 슬로건은 'Carry the fire fighter'로 ‘소방을 담다’라는 뜻이다. 소방에서 나오는 다양한 흔적들로 제품을 만들고, 소방에 관한 생각과 이야기를 담아 낼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 기업 목표이다. 이 대표는 소방 자재를 이용한 가방에 소방과 관련한 메시지를 담았다. “신이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공포에 떨고 있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소방관의 기도문을 디자인에 활용했다. 최근에는 ‘First In Last Out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늦게 나온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아이템을 선보였다. 이처럼 파이어 마커스는 단순히 업사이클링을 하는 기업이 아니라 비극적인 화재사건과 소방관의 희생을 잊지 말자는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기업이다.


<사진=파이어마커스 공식 인스타그램>

매출 일부는 소방관에 필요한 물품을 기부하는 등 소방관 처우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가방 2개를 판매하면 소방관들에게 ‘구조용 특수 장갑’ 1개를 기부하는 방식이다. 또 소방 패션쇼나 소방관들을 위한 기획 공연을 진행하여 얻은 수익을 소방관들을 위해 사용한다. 아직 높은 매출을 기록하거나 기부에 관해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 한국소방복지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 자체 예술 문화 프로젝트 를 통해 소방관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소방서 내에서 를 진행해 소방서와 시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문화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마커스랩 공식 홈페이지>

2016년에는 소방보다 넓은 의미에서 시민의 안전을 생각하고자 ‘마커스랩(MARKERS Lab)’을 새롭게 출범했다. 마커스랩의 박건태 공동대표는 업사이클링이 아직까지 시민들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보니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일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화재 예방을 위해 공공장소에 비치되어 있는 빨간색 소화기를 떠올렸다. 놀랍게도 소화기의 디자인은 법적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디자인 소화기를 개발하게 되었다. 또 소방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을 때 가정마다 소화기 한 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 소화기 보급률은 40%에 못 미치고,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은 소화기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박 대표는 디자인 소화기를 통해 화재에 대한 안전불감증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화기는 어떤 모습으로 변신했을까? 빨간색을 던져버리고 각양각색의 그래픽 디자인을 입었다. K-히어로즈 라인, 애니멀 라인, 소셜메시지 라인, 치카치카 라인 등 다양한 컬렉션을 통해 선택의 폭을 넓히고,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일상 속 어느 공간에 두어도 주변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소화기라고 말하지 않으면 인테리어 소품으로 생각할 정도다. 사이즈도 아담한 편이기 때문에 공간 차지를 많이 하지 않는다. 화재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으면서도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디자인 소화기만의 매력이다.


<사진=마커스랩 공식 홈페이지>

박 대표는 앞으로 단독경보기, 방염 마스크를 마커스랩의 방식으로 디자인하여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판되고 있는 방염 마스크는 방독면 형태로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디자인 소화기처럼 곁에 두고 화재가 났을 때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간편한 마스크 팩 형태로 제작할 계획이다. 단독경보기의 경우 IoT 기술을 적용하여 화재가 발생할 시 소방서나 국민안전처로 신호를 보내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파이어마커스와 마커스랩은 업사이클링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좋은 디자인 제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그들이 전하고 있는 사회적 메시지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많은 소셜 벤처들이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이 부족하다 보니 홍보 및 마케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들이 더욱 먼 곳까지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면 많은 소비자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시고 계시는 소방관분들을 떠올리며 한 번쯤 홈페이지를 방문해보길 권한다.

▶파이어마커스(FIRE MARKERS)  http://firemarkers.co.kr/
▶마커스랩(MARKERS Lab)  http://marker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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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그린#디자인#재활용#친환경#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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