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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STIC? FANTASTIC!
2017.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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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PLASTIC? FANTASTIC!

By 홍연진 (스토리텔러)

일회성 소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플라스틱이 디자인 제품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플라스틱은 20세기 기적의 소재로 불릴 정도로 활용도가 높지만,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디뮤지엄의 展은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예술적 상상력과 플라스틱의 무한한 가능성이 만나 탄생한 디자인들을 선보인다. 60여 년간의 플라스틱 역사를 아우르며, 40명의 디자이너들이 개성을 담아 제작한 2,700여 점의 제품, 가구, 조명, 그래픽, 사진들을 총망라한다. 특히 플라스틱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Kartell’의 제품과 방대한 아카이브에서 엄선한 광고 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디뮤지엄 공식 홈페이지>

제 1부 “폴리머, 꿈꾸다”는 플라스틱의 세계로 들어가는 시작점으로 전시장 입구부터 무채색의 반투명 재료를 활용한 설치작업을 통해 재료가 가진 특성과 가능성을 느껴볼 수 있다. 폴리머란 구조 중에 다수의 반복 단위를 함유하는 고분자량 화합물을 말한다.

제 2부 “컬러로 물들이다”에서는 자연 재료를 하나씩 대체하기 시작했던 플라스틱이 1950년대로 들어오면서 유리 재질의 실험용 기구를 대신하고, 가정용 소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발전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단조로운 색감을 벗어나 자연재료로는 구현할 수 없는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상들을 적용하고자 했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사진=직접 촬영>

제 3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다”에서는 실내와 실외 그리고 조명을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계속되었는데, 압출성형과 사출성형 등 기술의 발전에 따라 플라스틱으로 제작이 가능해진 형태를 가구에도 도입했다. 압출성형은 가열하여 녹은 프라스틱을 압출기에서 밀어내면서 입구의 모형대로 결과물을 연속 생산하는 방식이다. 막대나 파이프처럼 일정한 형태를 생산하기 적합한 가공법이다. 사출성형은 가열하여 녹은 플라스틱을 형틀 안에 사출시킨 후에 고체화하는 방식이다. 압출성형법에 비해 생산 속도가 빨라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1960년에는 성형 기술의 발전으로 플라스틱 가구가 본격적으로 제작되었다. 사용자의 목적과 취향, 원하는 기능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도록 모듈러 시스템을 적용한 가구가 등장했다. 또 플라스틱만 구현할 수 있는 생생한 색감이 공간의 풍경과 분위기를 한층 풍부하게 만들었다. 1970년대에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사건이 있었다. 우주와 미래사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다양한 디자인이 등장했고, 기능주의에 반하는 아방가르드 운동의 일환으로 과감하고 독특한 디자인이 주목받았다.


<사진=직접 촬영>

플라스틱의 가변성과 부드럽고 매끈한 표면을 만들 수 있는 특성은 어린이들이 직접 조립하고, 움직일 수 있는 가구를 디자인하기에 적합했다. 또한 방수성이 뛰어나고, 변색이 없다는 장점 때문에 야외용 가구 소재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사용하는 연령대나 배치 공간의 특수성을 띠는 어린이용 컬렉션과 정원용 소품은 특히 재미있는 형태와 알록달록한 색을 통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을 담고 있다. 이 전시공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켰는데, 플라스틱 제품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사진=직접 촬영>

디뮤지엄 2층으로 올라가는 길목에는 항상 아름다운 천장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눈부신 플라스틱 조명이 전시되어 있어 한 계단씩 올라갈 때마다 눈길을 사로잡았다. 초창기 플라스틱 조명은 빛의 직접적인 투과율을 개선하여 조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되었다. 또 유리와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은은한 불빛은 무드등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혼합되는 재료에 따라 투명도와 색을 조절할 수 있게 된 플라스틱 조명은 선명함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금속처럼 다른 재질의 질감을 담은 제품까지 다채롭게 선보이고 있다.


<사진=직접 촬영>

조명 구간을 지나고 나면 제 4부 “디자인, 풍경이 되다”섹션이 펼쳐진다. 플라스틱과 디자인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이 섹션은 사진과 영상, 두 개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예술가의 독특한 관점으로 플라스틱 제품을 재해석한 사진집 <150 ITEMS 150 ART WORKS>에 실린 작품들을 자유롭게 소개하고 있다. 또 인터뷰 영상을 통해 대표 디자이너들의 철학과 작업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제 5부 “마스터 디자이너, 일상으로 돌아오다”는 플라스틱이라는 특별한 재료에 매료된 디자인 거장부터 동시대 디자인의 중심에 있는 리더까지 여러 세대에 걸쳐 자신들의 예술적 감수성과 상상력을 발현시킨 작가들의 작품을 세 가지 테마로 선보인다. 기능주의를 비판하며 아방가르드 디자인을 이끌었던 이탈리아 디자인의 대가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 플라스틱 제품의 표면까지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마리모 벨리니(Mario Bellini), 파트리시아 우르퀴올라(Patricia Urquiola) 등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들이 투명한 유리 천장 위로 전시되어 있었다. 물결의 모양, 달과 암석의 표면 등 자연적인 느낌에서 유래된 디자인은 플라스틱의 무한성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섹션인 제 6부 “또 다른 세상을 꿈꾸다”에서는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앞으로도 끊임없이 진화할 플라스틱의 미래를 암시하는 공간이다.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그룹 쇼메이커스(SHOWMAKERS)의 영상과 설치작업으로 구성되어 SF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사진=디뮤지엄 공식 홈페이지>

플라스틱을 소재로 한 디자인 제품을 전시한다고 했을 때, 궁금증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플라스틱은 대책 없이 생산되는 바람에 환경 재해를 초래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 문제에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展을 관람하고 나서 생각의 변화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놀랍게도 올해 관람했던 대림미술관, 디뮤지엄의 전시 중에서 가장 좋았다. 플라스틱이라는 친숙하면서도 낯선 소재를 선택하여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아우르는 큐레이션이 인상적이었다. 자칫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플라스틱의 역사를 설치 작업, 영상과 함께 보여주어 자연스럽게 숙지할 수 있었다. 원색의 다양한 플라스틱 작품들은 자연이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잘 살려 플라스틱의 새로운 면모를 알게 해주었다. 플라스틱 제품을 활용한 설치 작품은 감탄을 자아냈다. 정원을 테마로 장식해놓은 모습, 유리 천장 위에 빛이 투과하는 플라스틱 그릇들을 전시해놓은 모습을 보며 예술성을 느꼈다. 플라스틱의 다양한 면모를 알고 싶다면,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2018년 3월 4일까지 진행되는 展에 꼭 가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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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상상#플라스틱#디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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