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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야 이시가미, 자유 위한 공기같은 건축 추구…무너진 건물도 작품이 된다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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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자유 위한 공기같은 건축 추구…무너진 건물도 작품이 된다

“나는 건축을 보다 자유롭게 생각하기를 원합니다. 건축이 이러해야 한다는 식상한 관습을 뛰어넘어 가능한 한 가변적이고 확장성을 갖고, 미묘하고 창의적인 것으로 시야를 확대해주기 때문입니다.” 

오는 15일 헤럴드경제 디자인포럼의 마지막 연사로 나서는 준야 이시가미(44)는 일본 차세대 건축가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그는 늘상 건축에 있어서의 ‘자유로움’을 강조한다. 과거의 관습, 규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수용력 있는 개방된 장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가 지향하는 건축이다.
그는 특정 의뢰인이 요구하는 대로 공간을 만들기 보다 다양한 세대와 계층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만드는데 주안점을 둔다. 과거와 달리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를 담아내는 건축의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어디에나 스며들 수 있는 투명한 공기처럼 서로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만드는 공간의 창조다. 그의 작품세계가 ‘공기의 건축’이라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이런 철학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이토 도요로부터 물려받았다. 이토 도요의 건축은 ‘센다이 미디어테크’나 ‘타마 미술대학 도서관’에서 드러나듯 사용자에게 개방적이고, 공간적 경계가 흐릿하다. 건축가 그룹인 SANNA(카즈요 세지마와 류에 니시자와)가 그를 계승했고, 젊은 시절 한때 그곳에 몸담았던 이시가미는 이 계보의 막내뻘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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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형태로 완성된 그의 첫 작품인 ‘가나자와 공과대학 공방’(2009년 작)은 이런 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시가미는 낡은 대학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1983㎡ 부지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단층 유리건물로 공방을 지었다. 내부에는 하얗고 가느다란 강철 기둥 305개가 불규칙한 위치에서 천장을 떠받치고 있어서 흰 자작나무로 가득한 숲을 연상시킨다. 이시가미는 이 건물에 자유를 담기 위해 개방성을 극대화했다. 학생, 교수 할 것 없이 누구나 공간을 이용할 수 있으며, 내부에 고정된 시설물이 없어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에 의해 공간이 완성되는 유동적인 구조다. 특히 사면을 투명한 유리로 감싸 내부와 외부의 경계마저 거의 소멸시켰다.

내ㆍ외부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구획을 나누되 단절은 일어나지 않도록 한것이다.

이듬해 세계 최대 건축 행사인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이시가미가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을 때는 이런 개념을 더욱 극단으로 밀어붙였다.그는 전시에서 너무 가늘어 가까이 가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도 않는 0.9㎜ 짜리 탄소 섬유로 가로ㆍ세로 14×4m, 높이 4m의 건축물을 세우려했는데, 작업 도중 무너지는 바람에 무너진 그대로 전시해야 했다. 당시의 전시 주제가 바로 ‘공기와 같은 건축’이다.

이렇듯 그의 아이디어는 현실에서 실현되기는 물리적으로 상당히 까다로와 실제 건물로 완성된 사례는 많지 않다. 그의 전시회는 건축 전시회라기보다는 조형 예술 전시회에 더 가깝다는 평이 많고, 건축도면이 전시물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시가미는 한 인터뷰에서 “건물이나 모형, 도면은 모두 건축을 설명하는 수단이며, 도면이 건축 자체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도면은 실제 건물을 만들 때 처리해야만 하는 중력이나 무게감, 밀도와 같은 면을 무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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