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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공연, 비대면 탈출구 → ‘또 하나의 장르’
20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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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전문 촬영장비 활용 ‘4K화질’로 높아진 퀄리티

디렉터스컷·배리어프리 공연 등 다양한 접근

자체 OTT플랫폼 운영 등 질적·양적 향상

온라인공연 작품수 전년비 세 배 이상 증가

관객 4명 중 3명은 오프라인 재관람 이어져

 

 

배우의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이 화면 가득 잡혔다. 연극 ‘스카팽’의 한 장면. 작가 몰리에르는 지팡이를 짚고 등장해 힘껏 목소리를 높였다. “스카팽! 스카팽!” 한 마디의 대사에도 배우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하고, 눈썹 한 올, 머리카락 한 가닥의 결까지 카메라를 통해 포착된다. 공연장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장면들은 온라인 공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우측 하단엔 수어 통역도 겸해 공연예술에 소외된 계층까지 흡수했다.

 

연극 ‘스카팽’이 지난 1일부터 국립극단의 ‘온라인극장’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국립극단은 이날 ‘온라인극장’을 개관하며 극단의 명동예술극장,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에 이어 ‘네 번째 극장’이라고 명명했다. 국내 연극 단체가 자체 OTT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은 국립극단이 처음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확산되며 ‘실험’처럼 시작된 온라인 공연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 질적, 양적 모든 측면에서 일취월장했다. 영상미와 기술력은 진화했고, 일부에 불과했던 온라인 공연이 ‘정해진 코스’처럼 자리했다. 공연계에 따르면 현재 온라인 공연 편수는 전년도에 비해 세 배 이상 증가했다. 필요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던 공연계도 보다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흐름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EMK엔터테인먼트를 필두로 CJ ENM 등 다수의 대형 뮤지컬 제작사에선 대면 공연을 마친 이후 ‘마무리 코스’처럼 사전 제작된 공연 영상을 온라인 플랫폼이나 영화관에서 유료로 공개한다. 네이버TV를 통한 상영이 가장 흔하고 자체 유튜브 채널이나 OTT플랫폼을 통한 송출도 많아졌다. 최근 극단 신세계는 자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극장 페스티벌’을 열었다. 국립극단에 앞서 국립극장은 지난 9월부터 ‘가장 가까운 국립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영화관과 OTT 플랫폼을 통해 기존 공연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공연 영상’에 제기된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온라인 공연이 기존 영상의 문법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데에 있었다. 어설픈 카메라 워킹과 부자연스러운 구도, 어색한 장면 전환 등이 무대에서 만난 공연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공연장에서 공연을 즐기던 관객들이 온라인 공연을 꺼린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은 달라졌다. 평균 10여대의 카메라와 전문 촬영 장비를 동원, 4K 화질로 제작된 대형 뮤지컬 제작사나 국공립 공연장 온라인 공연은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한다. 현재 웨이브를 통해 풀버전이 공개된 국립무용단의 ‘묵향’, 하이라이트 영상이 공개된 ‘트로이의 여인들’은 온라인 공연은 저화질인 데다 영상 문법을 제대로 담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완전히 깬다. ‘묵향’의 무채색 무대는 도리어 카메라 안에서 미장센으로 비치고, ‘트로이의 여인들’이 무대에서 사용한 불길, 눈 등의 영상기법은 화면 안에 꽉 채워져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국립극단의 온라인 공연도 마찬가지다.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거친 만큼 공연 영상의 질적 향상에 힘을 쏟았고, 다양한 관점에서의 영상을 만들어냈다.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단순히 공연을 촬영해 영상으로 서비스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출가의 시점으로 촬영하고 편집한 디렉터스 컷, 수어통역과 장면해설 등의 배리어프리 공연 영상도 제공하고 있다.

 

질적 향상과 양적 팽창이 찾아온 온라인 공연은 관객이 먼저 알아본다. 공연 제작사 신스웨이브는 자체 온라인 플랫폼 ‘메타 씨어터’를 통해 뮤지컬 ‘태양의 노래’를 공개, 147개국의 관객 3만5000여 명을 모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조사(6월 기준)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온라인 공연 할인권 지원 프로그램인 ‘소소티켓’(1, 2차)를 발급받은 2만 6000여명 중 온라인 유료 공연을 1회 이상 관람한 관객은 496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 유료공연 관람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는다. 한 번 공연을 관람하면, 다른 온라인 공연으로도 관람이 이어졌다. 조사에선 온라인에서 유료로 재관람한 경험은 전체의 73%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기존 영상 콘텐츠와 비교해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관객들의 만족도 역시 다소 차이가 있다. 오프라인 공연 마니아(6.54점/10점 만점)보다 공연장을 찾지 않는 온라인 관객(7.61점/10점)이 공연 영상에 대한 만족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계 관계자들도 영상화 작업에서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국립극단 온라인극장을 통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선보이고 있는 연출가 고선웅은 “연극이 가지고 있는 시각적 선택의 느낌을 담아 연극의 본질을 덜 훼손하며 영화를 단순히 흉내내지 않는 독창적 영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카팽’을 연출한 임도완은 “작품의 특성에 따라 촬영 기법이 달라져야 하고, 촬영용 콘티를 마련하는 감독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무적인 것은 같은 조사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연을 접한 관객 4명 중 3명은 동일한 작품을 공연장에서 관람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 본 뒤 공연장을 찾기도 하고, 오프라인 공연을 관람한 뒤 온라인 관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공연계 관계자는 이러한 점을 들며 “온라인 공연은 현장공연과는 다른 또 하나의 장르로 거듭났다”고 말한다. 뮤지컬 업계의 공연 영상화 선두주자인 EMK뮤지컬컴퍼니의 김지원 부대표는 “영상화의 본질은 매력적인 영상에 있다”며 “맛집 프로그램을 보고 맛집을 찾아가듯 공연 영상을 본 뒤 공연장으로 찾아오는 선순환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보 감독은 “온라인 극장 개관은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고, 나아가 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는 동기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211103000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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