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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사로잡는 책의 외투
  • 디자인포럼 에디터
  • 2017.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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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사로잡는 책의 외투

                By 홍연진 (스토리텔러)

얼마 전, 서점에 가서 이 책 저 책을 둘러보았다. 어떤 책을 사야겠다고 미리 정하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씩은 무작정 들어가서 신간 도서 부문을 확인하곤 한다. 이 때, 유난히 눈에 띄는 책들이 있다. 들어본 제목도 아니고 처음 보는 작가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개성 넘치는 표지 디자인으로 인해 들어 올리게 된다. 최근 서점에 진열된 책들의 표지를 보면 옛날과는 다르게 고유의 감성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작가명이나 수상여부가 가장 중요했지만 지금은 표지 디자인도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다양한 책 가운데에서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표지 디자인을 살펴보았다.

1. 틀에 박힌 옷은 그만, 맞춤옷을 입은 책들!

책의 제목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전체적인 이미지를 보도록 유도하는 표지 디자인이 있다. 이는 제목, 작가명, 광고 문구를 비롯한 글자와 배경 이미지가 따로 놀지 않고, 한 데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사진을 이용한 디자인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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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문학동네(www.munhak.com)>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한국소설의 표지이다. 빛이 바랜 듯한 색감의 사진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또 사진 속 피사체는 등을 돌리고 있거나 얼굴을 가리고 있다. 혹은 의도적으로 얼굴을 줌 아웃(zoom out)하거나 일부만 보이도록 촬영했다. 이는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여 책 속을 한번쯤 들여다보게 한다. 책 제목과 작가명도 피사체의 위치에 따라 유동적으로 배치했다. 글씨체와 크기, 색도 배경 사진과 어울리도록 각자의 개성을 살려 자유롭게 편집했다. 책 표지가 아니라 영화 포스터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나아가 사진 전시회에 걸려있을 법한 작품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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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문학동네(www.munhak.com)>

특히 김연수 작가의 책 표지 디자인은 하나의 정체성이 되었다. 서점에서 이러한 스타일의 표지를 발견하면 김연수 작가의 책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대단히 독특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매 작품마다 보이는 사진이 색다른 느낌을 주면서 책의 내용과도 잘 어울린다. 사진 위의 색지는 제목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일감 있게 잡아준다.

2. 낡은 옷을 벗어던지고, 새 옷을 입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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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헤럴드경제 기사(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60512000949)>

지난 해 5월, 출판사 ‘민음사’가 의류 브랜드 ‘키이스(KEITH)‘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키이스는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클래식 룩 브랜드이다. 콜라보레이션 대상은 민음사에서 출간된 영국 여류작가들의 고전문학 작품 3권이었다. 고전 특유의 딱딱하고 진부한 표지 디자인에서 벗어나 영국 감성이 담긴 키이스의 광고 이미지를 활용하였다. 해당 도서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었다. 표지 디자인에 있어 패션을 활용한 것은 신선한 시도였고, 이미 어느 정도의 독자층을 확보한 고전 작품을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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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시공 문학의 숲 블로그(http://blog.naver.com/sigongfore/220851902353)>

올해 2월에는 출판사 ‘시공사’가 영국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캐스키드슨’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영국 여류작가 제인 오스틴 사후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 이벤트였다고 한다. 해당 도서는 모두 제인 오스틴 작품으로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레이디 수전’ 등 총 7권이었다. 캐스키드슨은 다양한 꽃 패턴으로 유명한 브랜드이다. 7가지의 서로 다른 꽃 패턴을 통해 고즈넉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고, 제인 오스틴의 작품과도 잘 어울렸다. 민음사와 키이스의 콜라보레이션처럼 기존에 입고 있었던 낡은 외투를 벗어던지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옷을 입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처럼 도서 표지 디자인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E-Book의 홍수 속에서 출판물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추세였다. 하지만 표지 디자인에 변화를 주면서 다시금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소장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앞으로도 개성 넘치는 디자인들이 등장할 것이고, 다양한 분야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글을 접하는 독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종이책만의 감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을 느낄 수 있도록 더 많은 책이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옷을 찾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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