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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한국인 3대 父子의 삶을 통해 ‘모더니즘 명암’을 보다
  • 디자인포럼 에디터
  • 2017.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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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3대 父子의 삶을 통해 ‘모더니즘 명암’을 보다

-미리 가 본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일제·해방·독재·산업화 겪은 할아버지

서구문화와 충돌 ‘경계인’ 이었던 아버지

근대화 후 불균형한 사회 살고있는 아들

한국인 삶에 녹아든 모더니즘 현실 반영

‘카운터밸런스(Counterbalance)’,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추를 말한다. 제 57회 베니스비엔날레 미술제 한국관 전시주제이기도 하다. 한국관 큐레이터인 이대형(43)감독은 “이미 기울어지고 불균형해진 세상에서 예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한국관 전시에 선정된 작가는 코디 최(56)와 이완(38)이다. 세 남자가 꾸미는 한국관의 모습은 어떠할까.베니스비엔날레 커미셔너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가 발표한 자료를 중심으로 올해 한국관의 모습을 미리 살펴봤다. 

▶아버지 세대 ‘코디 최’= 한국관에 들어서기 전, 요란한 네온사인이 먼저 관객을 맞는다. 코디 최의 ‘베네치아 랩소디’다. 마카오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네온을 차용해 만든 작품이다. 평소 ‘베니스 비엔날레는 카지노 캐피탈리점의 상징’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작가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1980년대 이후 지속되는 ‘카지노 캐피탈리즘’의 그림자와 그 속에서 허황된 욕망을 키우는 예술가의 민낯, 그리고 자본과 관광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베니스비엔날레 제도의 모순을 꼬집었다. “코디최는 한국관 작가로 나서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는데,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베니스비엔날레를 비판하는 것”이라는게 이대형 감독의 설명이다.

외에도 서구문화와 직접 충돌하며 어느 한쪽에도 완벽하게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의 삶을 녹여낸 작품도 선보인다. 1961년생인 코디 최는 대한민국의 아버지 세대를 상징한다. 그는 1980년대 미국 이민 이후 동양인으로도 서양인으로도 편입되지 못하고 또한 벗어나지 못하는 이중구속과 이중교합을 경험한다. 이같은 딜레마는 그의 작품이 동서양 철학 모두를 날카롭게 관통하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뉴욕 제프리 다이치, 존 웰치먼, 피터 할리 등 세계적 미술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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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세대 ‘이완’= 한국관 안에선 이완 작가의 프로퍼타임(Propertimeㆍ고유시)가 기다리고 있다. 제각각의 속도로 돌아가는 670개 시계가 방을 가득 채웠다. 작가는 “가족의 내일 아침식사를 위해 오늘 몇시간 일을 해야하느냐”는 질문을 전세계 1200명에게 묻고 그것을 바탕으로 초침의 속도가 모두 다른 시계를 제작했다. 아침식사 비용 10달러를 벌기 위해 말레이시아 현장 노동자는 하루 10시간을 일해야하지만, 뉴욕의 뱅커는 10분을 일한다는 인터뷰 결과에 따라 탄생한 시계들이다. 말레이시아인의 시계는 빨리가고, 뉴요커의 시계는 천천히 간다. 급속한 근대화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불균형문제를 짚어냈다. 이 감독은 “방안에 들어가면 제각각인 초침소리와 함께 답변자의 육성이 들린다. 세상에서 가장 부정확한 시계들이 모인 셈인데, 글로벌 자본주의 그늘에서 살고 있는 개인의 삶을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것 아니겠나 싶다. 기이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 작가 ‘Mr.K’= 한국관 전시엔 숨은 작가가 하나 더 있다. 이완 작가의 ‘취미수집’에 사진으로만 등장하던 실존인물 고 김기문씨다. 전시에선 Mr.K라는 명칭을 부여, 한국에서 할아버지 세대를 대변한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쳐 ‘한강의 기적’이라 찬사 받은 19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 군사독재, 외환위기를 몸소 체험한 세대를 상징한다. 이완 작가가 황학동 고물상에서 단돈 5만원에 구매한 1342장의 사진속 Mr.K는 격변하는 한국 현대사의 증인이자 한국 풍속사의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인물이다. 

이처럼 한국관은 할아버지(Mr.K)-아버지(코디 최)-이완(아들)로 이어지는 3세대를 통해 한국과 아시아의 모더니즘의 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거대담론이 아닌 개인의 역사에 초점을 맞춰 삶의 층위에 켜켜히 쌓인 모더니즘을 드러낸다. 전시의 부제는 ‘돌과 산’이다. 그는 “작은 돌과 거대한 산은 물리적 크기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며 “큰 것과 작은 것, 위대한 것과 하찮은 것이 결국 상대적이고 유동적이며 이것이 불균형한 세상에서 그것을 되돌리기 위한 예술의 역할과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는 5월 13일부터 11월 26일까지 200일간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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