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트렌드
배트멍의 기상천외한 디자인 세계
  • 디자인포럼 에디터
  • 2017.08.14
  • 1,699
  • 0

      베트의 기상천외한 디자인 세계

By 양진이 (스토리텔러)

패션계의 마르셀 뒤샹이라 불리는 브랜드가 있다. 베트멍(Vetement)이라는 이름이 낯설지는 몰라도 인스타그램이나 헐리웃 파파라치 사진, 한류 아이돌이 뮤직비디오에서 배트멍을 입은 모습을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얼핏 보면 평범한 우비나 백스테이지 단체복 같기도 한데 입은 사람이 자부심이 넘쳐 보인다면? 일상생활 하기엔 너무 불편해 보이지 않을까 갸우뚱 하게 되는데 유명 연예인들이 너도나도 입고 있다면? 알고 보면 전부 베트멍의 디자인이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수긍이 가는 경험을 여러분은 할지도 모르겠다.

베트멍은 패션업계도 물론 대중들에게 매년 파격적인 컬랙션과 콜라보를 선보이며 하이앤드 스트릿패션의 강자로 자리잡았다.

1. 실험적인 콜라보레이션: 베트멍 X DHL 

제목 없음.jpg

사진= 루나의 미니앨범 (출처:SM ent.)/ 배트멍XDHL 의상 (출처: 인스타그램 @vetements_official)

유명 걸그룹 f(x)의 루나가 솔로 앨범을 냈을 때 앨범표지와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메인 의상은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샛노란 바탕에 새빨간 DHL의 로고가 그려져 있는 티셔츠는. 스타일은 둘째 치더라도 전면에 내세운 DHL로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혼란을 주었기 때문이다. 협찬을 받은 걸까, 아님 루나가 전속모델이라도 되었단 메시지였던 것일까? 그것이 베트멍과의 콜라보 제품이었으며, 33만원의 가격에도 선보인 즉시 완판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얼떨떨함이란… 사실 패션 브랜드가 동종업계에서 협업을 통해 서로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효과를 내면서 신선한 디자인을 출시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그런데 베트멍은 우체국에서만큼은 완벽한 로고 디자인일지 모르지만 의상에 프린트했을 때 다소 못생겨(?) 보일 수 있는 운송업브랜드 로고를 패션으로 끌어올렸다. 우리가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 기능적 가치를 지닌 흔한 하나의 기호에 불과했다. 뒤샹이 변기를 미술관으로 데려왔다면 베트멍은 런웨이로 데려온 것이다.

2.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과장과 극대화

 

untitled2.png

사진= 베트멍x챔피온, 배트멍x캐나다구스, 배트멍x 리바이스
<출처= vetementwebsite.com, 인스타그램 @vetements_official>

다리까지 내려오는 치렁치렁한 소매, 자신의 어깨보다 족히 3배는 넘게 크고 넓은 아우터가 베트멍의 시그니처 디자인이라고 한다면, 콜라보로 진행한 컬렉션의 특징은 협업한 브랜드가 지닌 고유의 매력과 브랜드 로고를 전면으로 내세우되 베트멍의 정신을 극대화하여 담아냈다. 챔피온 트레이닝복 세트는 챔피온 로고를 리본처럼 제작해 몸을 가로질러 길게 늘어뜨렸다. 캐나다구스와의 협업 패딩은 캐나다구스의 외형은 그대로 살린 채 구조적으로 재구성하여 사이즈를 3배이상 키우고, 벨트와 기장을 조절하여 색다른 모양으로 입을 수 있는, 창조적 파괴의 정신을 그대로 담아냈다. 여론의 충격을 안겨준 리바이스와의 협업 제품은 지퍼를 엉덩이 뒤쪽까지 길게 확장하였다. 맨 엉덩이를 내놓고 입을 일이 없는 리얼웨이 패션으로는 현실성이 떨어질지언정, 과감한 시도와 창의력만큼은 하나의 현대 예술작품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3. 베트멍의 로고플레이

  untitled3.png

사진= 베트멍의 의상에 쓰인 유엔,, 유럽연합 로고/ 평범한 우비도 배트멍의 로고가 박히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출처= 베트멍 인사타그램 @vetements_official>

베트멍이 스트릿패션과 SNS 하나로 국적불문 통합적인 특성을 보이는 젊은이들에게 각광받는 이유는 그동안 패셔너블한 개념과는 거리가 멀었던 수많은 로고에 미적인 생명을 불어넣었기때문이다. 심지어 유럽연합, 유엔의 로고까지 차용했다. 단체 티셔츠 아닌가? 라는 의문이 잠시 들었다가도 단체티 라고 하기엔 너무나 패셔너블 한 옷의 라벨을 뒤집어보니 역시나 배트멍이었다. 딱히 디자이너의 수고가 들어간 것 같지 않은 남녀공용 투박한 우비도 배트멍의 로고가 박히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옷이 된다.

베트멍은 발렌시아가, 셀린, 메종 마르지엘라에서 일했던 강한 개성을 가진 디자이너들의 집단으로 ‘우리가 만든 옷을 너네가 입어라’ 라는 식의 기존 기성복의 권위주의에 반항하고, 본인들의 패션에 있어서의 정신과 미학을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통해 그 가치를 표출하고자 한다. 과장된 소매길와 사이즈, 기상천외한 위치에 있는 지퍼와 리본, 디자인이 전혀 아닌 것 같은 디자이너 옷 등 전복을 통한 옷에 대한 선입견에 도전하고 있다. 베트멍은 인터넷과 글로벌로 소통하는, 사실상 패션에 있어서 경계와 근원이 모호한 요즘 시대의 취향을 가장 근접하게 파악하는 디자인을 선보이는 동시대의 혁신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직접 착용할 기회는 희박하겠지만 폰 사진첩에 저장하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힙해지는 베트멍이 컬렉션을 우리가 기다리는 이유일 것이다.

RELATED READ
댓글쓰기
0/200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