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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적 건축가 반 시게루 “더 많은 돈 벌기 위해 건축물 부수고 새로 지어선 안돼”
201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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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헤럴드디자인포럼2015’ 연사로 나서…건축 디자인의 공유가치 열띤 강연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나는 건축가들에게 실망했었다. 건축가들이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축주는 건축가를 고용해 기념비적인 건축물((Monument)을 만들어 보여주고자 한다. 나는 내 경험과 지식을 단순히 특권층이 아닌 재해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쓰고 싶었다.”

세계적인 재난 건축가 반 시게루가 건축 디자인의 공유가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반 시게루는 1994년 르완다 인종 대학살 때 종이 튜브를 이용한 재해 난민 수용소를 지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일본의 건축가다. 이후 20년간 세계 곳곳의 재난 지역에서 종이를 이용한 난민 거주지를 지어 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반 시게루는 10일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개최된 ‘헤럴드디자인포럼2015’에서 ‘디자인 플랫폼2 : 나눔으로 공유가치를 더하라’라는 주제 하에 오전 10시 20분부터 연사로 나섰다.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 인사로 강연을 시작한 반 시게루는 ‘건축작품과 인도주의 활동’이라는 강연 타이틀로 재해지역에서의 프로젝트들을 사례로 열띤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단순히 자연재해 뿐만 아니라 인간이 만든 재해의 문제가 커지고 있다”면서 “지진이 사람들을 죽게 만든 것이 아니라 빌딩이 붕괴돼서 사람들이 죽는다. 이는 건축가들의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반 시게루는 처음으로 종이라는 재료를 건축에 응용하기 시작했던 1986년 핀란드 전시와, 종이관을 이용한 르완다 임시가옥 프로젝트 등을 차례대로 설명했다.

그는 특히 2000년 독일에서 개최된 하노버엑스포 국가관 사례에서 디자인을 통한 건축 폐기물재활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엑스포 국가관은 6개월이 지나면 다 철거되고 폐기물이 된다. 나는 이것이 재활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재활용이 안 되는 콘크리트 대신 나무 박스 안에 모래를 집어 넣어 바닥을 깔고, 환경에 친화적이지 않은 PVC 멤브레인 대신 종이로 지붕을 만들어 얼마든지 재활용이 가능한 건축물을 만들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정된 강연 시간을 15분이나 넘기며 건축 디자인의 공유 가치에 대한 열강을 이어간 반 시게루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건축가의 가장 큰 임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반 시게루 기자회견 일문일답.

▶종이로 집을 짓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종이로 집을 지으면 방수난방, 단열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종이로 집을 짓기 이전에는 아무도 종이를 건축 자재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시도였다. 다만 어려웠던 것은 종이라는 새로운 소재가 건축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기 위해 안전성을 확실하게 검증하고 테스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사람들의 인식 문제였다. 사람들은 종이는 약한 소재이고, 찢어지기 쉽고 젖으면 큰일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플라스틱이든 유리든 어떤 소재라도 안전도 기준에 부합하기만 하면 건축 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 방수 문제는 오히려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이미 오렌지 주스 등이 종이 보틀에 담겨서 시중에 나와 있지 않나. 난방 문제를 보면, 건축물에 주로 쓰이는 철강은 오히려 차갑고 열을 많이 뺏기는 소재다. 단열은 건축물의 뼈대를 무엇으로 만드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뼈대 사이, 벽에 뭘 채워넣느냐의 문제다. 


▶당신이 만드는 종이 집은 기존의 건축물보다 더 안전하다는 뜻인가.

-안전성과 소재의 강도는 관계가 없다. 콘크리트 건축물은 지진이 발생해서 무너지면 인명사고 등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종이는 가볍기 때문에 잘 버티고, 설령 무너진다 하더라도 피해가 덜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더 안전하다고 본다. 또 터키 대지진 때의 작업을 예로 들어 보면, 일본 사람들은 목재 가옥에서 오래 살아서 종이 가옥에서도 상대적으로 정서적인 동질감을 느끼지만, 터키 사람들은 벽돌, 콘크리트 가옥에 익숙해서 종이 가옥에 불안을 느끼지 않겠나 우려 했었다. 그러나 대지진 이후 콘크리트 건축물이 무너지며 사람들이 죽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종이 가옥에서 오히려 마음의 안정감을 느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재난 임시거처에 대한 피드백은 어땠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임시거처에서 거주하는 사람들로부터 “아쉽다, 부족하다, 미흡하다”는 얘기를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2011년 도호쿠에서는 나의 프로젝트는 물론 정부 프로젝트도 있었는데, 규격은 똑같았지만 정부 거처에는 애정이 들어가 있지 않은 반면, 우리가 만든 거처에는 아름다움과 편안함이 있었다. 피난민들은 임시 거처에서 무료로 지내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그 건축물은 철거하게 되는 데, 내가 지은 임시거처에서는 돈을 내서라도 계속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당신이 만드는 종이 집은 기존의 건축물보다 더 안전하다는 뜻인가.

-안전성과 소재의 강도는 관계가 없다. 콘크리트 건축물은 지진이 발생해서 무너지면 인명사고 등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종이는 가볍기 때문에 잘 버티고, 설령 무너진다 하더라도 피해가 덜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더 안전하다고 본다. 또 터키 대지진 때의 작업을 예로 들어 보면, 일본 사람들은 목재 가옥에서 오래 살아서 종이 가옥에서도 상대적으로 정서적인 동질감을 느끼지만, 터키 사람들은 벽돌, 콘크리트 가옥에 익숙해서 종이 가옥에 불안을 느끼지 않겠나 우려 했었다. 그러나 대지진 이후 콘크리트 건축물이 무너지며 사람들이 죽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종이 가옥에서 오히려 마음의 안정감을 느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재난 임시거처에 대한 피드백은 어땠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임시거처에서 거주하는 사람들로부터 “아쉽다, 부족하다, 미흡하다”는 얘기를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2011년 도호쿠에서는 나의 프로젝트는 물론 정부 프로젝트도 있었는데, 규격은 똑같았지만 정부 거처에는 애정이 들어가 있지 않은 반면, 우리가 만든 거처에는 아름다움과 편안함이 있었다. 피난민들은 임시 거처에서 무료로 지내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그 건축물은 철거하게 되는 데, 내가 지은 임시거처에서는 돈을 내서라도 계속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당신의 건축철학에 대해 설명해달라.

-첫번째는 현지의 맥락을 존중하는 것(Respect local context)이다. 하나의 솔루션을 여러 지역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시행하려는 지역의 기후, 경제조건, 종교,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자재 등을 이해하고 그 곳에 맞게 작업하려고 한다. 두번째는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이다. 디자인을 통해 현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현재 진행중인 네팔 프로젝트를 예로 설명하면, 지진으로 벽돌 건물이 다 무너져 버린 상황에서 네팔 사람들은 전처럼 벽돌로 건물을 짓고 싶어하지 않았다. 게다가 현지에 가보니 치워야 할 파벽돌이 무수히 많이 있었다. 나는 이전 벽돌건물과는 다르면서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하기로 했다. 나무로 틀을 짜서 그 안에 파벽돌을 채워넣는 것이다. 건축물을 재건하면서 동시에 파벽돌을 치우는 문제까지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멋있는 건축물을 만드는 것 보다 문제가 있을 때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기능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세계 곳곳에서 자연재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고, 당신의 손길을 필요 로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다른 건축가들과 당신의 아이디어를 공유할 생각이 있나. 유럽 난민 문제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종이 가옥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지만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지금도 누구든지 그 노하우를 가져다 쓸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가져다 썼으면 좋겠다. 유럽 난민들을 위한 임시거처 요청을 받긴 했지만 수락하지 않았다. 유럽 난민 이슈는 정치적인 문제다. 각국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내가 임시거처를 지어 돕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다. 물론 정부와 국제기구가 도움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소외되는 소수의 사람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을 위한 건축물을 짓는 것이 내 일이다.

▶당신은 건축주를 위해 일하는 건축가들에게 실망했다고 했지만 건축주를 위한 건축물을 짓지 않을 순 없다. 예를 들어 어느 부호가 쇼핑몰을 지었다면 그것은 그 부호의 것만은 아니고 그것을 향유하는 모든 이들의 것이다. 당신은 그러한 건축가들이 최소한 어떠한 가치를 공유하길 바라나.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건축가들에게 실망했다고 얘기하긴 했지만, 그것을 싫어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상업적인 건축물이 나쁘다는 맥락도 아니었다. 상업적이고 상징적인 거대 건축물을 짓게 되면 그 지역의 관광산업을 살리고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상징적인 건축물을 짓는 걸 좋아한다. 건축 개발업자(Developer)들과도 일하고 있다. 다만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축물을 짓는 것이다. 오늘날 자원은 한정돼 있다. 환경 파괴 문제도 심각하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건물을 부수고 새롭게 지으면서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지양해야하지 않을까.

amigo@heraldcorp.com


기사원문

->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51110000676&md=20151110133930_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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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포럼2015 #세계적건축가 #반시게루 #종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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