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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없이 맞닥뜨린 ‘팬데믹 시대’ 예술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20.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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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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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 Au Magasin de Nouveautes, Atelier Hermes, 2020. [에르메스재단 제공]

 

 

송은미술대상,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과 더불어 대표적 현대미술상으로 꼽히는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2020년 수상자인 전소정 작가를 헤럴드경제가 만났다. 작가는 지난 5월 8일부터 서울 에르메스 아뜰리에에서 개인전 ‘새로운 상점’을 시작했다. 그는 이번엔 천재작가 이상(1910-1937)의 시를 통해 근대가 갑작스럽게 시작된 1930년대와 약 100년의 시간이 지난 2020년을 잇는 시도를 한다.

 

전시는 이상의 시 ‘AU MAGASIN DE NOUVEAUTES’(오 마가쟁 드 누보떼·새로운 상점)를 출발점으로 한다. 문인이자 건축가였던 김해경이 ‘이상’이란 필명으로 처음 발표한 ‘건축무한육면각체’(1932)라는 제하의 연작시 중 표제작이며, 프랑스어를 제목으로 일본어, 고전 한자어, 중국어, 영어를 혼용해서 쓴 수수께끼 같은 시다.

 

이상의 시를 염두에 두고 전시장에 들어가면 아치와 직선이 아름다운 구조물과 조우하게 된다. 공사장의 비계처럼 뼈대만 남았지만 존재감이 강한 그들 사이를 이리저리 걷다보면 25분 길이의 ‘절망하고 탄생하라’는 영상을 만난다.

 

전소정은 “이상의 시에 새로운 해석을 더하려 한 것이 아니라, 이를 장치이자 스펙트럼으로 1930년대, 근대라는 시간을 바라보는 통로로 활용하고자 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상이지만 막상 그의 시를 보면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영상은 도쿄, 서울, 파리의 풍경과 지하철, 공원과 뒷골목을 ‘파쿠르(pakour)’ 하는 이들의 시점에서 비춘다. 생경하면서도 익숙한 풍경이 교차하며 공간을 이동하는 사이, 장면과 일치하지 않는 내레이션, 한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그리고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사이렌소리, 하프와 가야금의 불협화음 같은 앙상블이 펼쳐진다.

 

“이민자들이 시작한 신체단련 운동같은 파쿠르는 ‘본인이 가진 공포심을 뛰어넘다’는 철학도 있다. 파쿠르의 시점에서 도시를 체험하는 건 도심의 이면을 보는 방법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지점에서 이상과의 연계를 탐색한다. “건축무한육면각체는 새로 생겨나는 상업공간에 대한 분노와 놀라움을 담고 있다. 이상은 다매체를 다루는 예술가였다. 조선총독부 건축가로도 활동했고, 경성 개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가장 선두에 섰던 이다. 1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나서, 진보라는 환상적인 꿈을 좇다 보니 많은 것들이 사실 감추어져 있었다. 이상은 가림막을 열어주는 통로다”

 

질문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잠시 멈춤을 한 사이, 예술의 쓸모에까지 확장된다. “1930년대에 예술은 무용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말 조차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술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그럼에도 예술은 사회운동가가, 활동가가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같은 걸 성취한다. 지금도 이같은 상황은 유효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대를 맞닥뜨렸고, 팬데믹을 마주하고 있다. 과학과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 예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할 시간이다”

 

전시장에는 영상 말고도 플라스틱이나 폐 PT병을 활용한 조각도 나왔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을 꼽히는 플라스틱은 이제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다. 그러나 투명한 구에 갇혀 이리저리 찌그러진 플라스틱 내용물은 조명을 받아 아름답기까지 하다. 플라스틱에 ‘정치성’을 부여한 건 결국 인간이다. ‘진보’라는 거대한 가치아래 놓치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전시는 7월 5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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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재단미술상#전소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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