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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격자 모듈…‘땅의 역사’ 품고 태어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202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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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처형장ㆍ천주교 성지ㆍ쓰레기 처리장…

비극의 역사 품고 새롭게 태어난 공간

지상 공원ㆍ지하 박물관으로 재탄생

 

붉은 벽돌 100만장…인간의 공력 담아

사람에 대한 존중 담아 격자 모듈 설계

아치형 공간은 기분 좋은 의외성

역사적 공간 되살리기 위해 절제미 강조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남대문과 서대문 사이. 한양의 4개 소문(小門) 중 서소문이 자리한 중구 칠패로는 일찌감치 난전이 형성돼 사람들로 북적였다. 칠패 시장 주위로 ‘한강의 지천’인 만초천이 흘렀고, 그 옆으론 새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졌다. 이곳은 조선의 ‘공식 처형장’이었다. 시장과 천이 만나는 곳엔 백성이 모이니 ‘처형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수월했고, 시신을 내보내는 ‘시구문’ 역할을 하는 문도 자리했기 때문이다. 19세기로 접어들며 시작된 3대 박해(신유박해, 기해박해, 병인박해) 이후엔 처형된 천주교인 44명이 성인으로 추앙된 천주교 순교지로 기억됐으나, 격변의 시기를 거치며 땅의 역사는 잊혀졌다. 1973년 근린공원으로 조성됐다가, 경의선 철로와 서소문 고가로 접근로가 막히고 재활용쓰레기 처리장이 들어서며 사람들의 발길은 멀어졌다. 이곳을 찾는 이는 황량한 서울역에서 걸어들어온 노숙자뿐이었다.

 

갇혀있던 ‘땅의 기억’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6400평의 대지 위로 붉게 솟은 큐브 아래로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다. 이곳은 건축사무소 인터커드(윤승현 중앙대 교수), 보이드아키텍트(이규상 대표), 레스건축(우준승 소장)이 함께 설계, 2014년 6월 공모에 당선됐다. 완공까지는 무려 5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