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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디자인포럼] 미술 상상력·과학기술‘절묘한 만남’…식품, 디자인을 맛보다 (2014.11.18)
201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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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미술 상상력·과학기술‘절묘한 만남’…식품, 디자인을 맛보다

 

 

과일 숙성도 표시에 자체 냉각기술까지
기능적 역할 부각 식품포장 변화바람
부패땐 판매불가 라벨 디자인 인기

콩기름 인쇄 박스·옥수수전분 용기 등
음식만큼 수명짧은 친환경 포장재 눈길



“디자인은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느냐의 문제만은 아니다. 디자인은 어떻게 기능하느냐의 문제이다.”

방향을 잃고 거의 죽어가던 IT 기업, 애플의 심장을 디자인을 중심으로 다시 뛰게 만든 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단순히 미적 감흥만을 안겨주기 위한 목적이라면, 디자인은 미술로부터 독립된 하나의 장르로 설 수 없고 오히려 미술의 낮은 영역으로 치부돼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디자인은 제품과 결부돼 모종의 기능적인 역할을 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양상을 변화시킬 수 있기에 독자적인 의미를 지닌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디자인의 기능적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사람의 입맛이 쉬이 변하지 않듯 좀체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식품업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이러한 바람은 식품 포장(패키지) 디자인의 영역에서 거세다. 미술적인 상상력과 발전한 과학 기술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의 가능성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늘 그렇고 그래왔던 ‘먹고사니즘’의 문제는 바야흐로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최적의 숙성 상태 알려주는 패키지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바나나의 상당수는 필리핀산이지만 좀체 필리핀에서 먹어본 그 맛을 느끼기가 힘들다. 우리나라까지 배로 싣고 오는 기간 등을 감안해 아직 덜 숙성된 상태에서 수확하기 때문이다. 겉은 노랗지만 속은 덜익은 바나나를 먹기가 십상이다. 이는 키위, 망고 등의 후숙기간이 필요한 다른 과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는 과일이나 야채가 최적의 숙성 상태인 때를 알려주는 패키지가 생겨 고민을 한결 덜을 수 있게 됐다. 뉴질랜드 회사 라이프센스(ripeSense)사가 개발한 패키지 라벨은 과일이 익어감에 따라서 신호등처럼 색깔이 변한다. 아보카도의 경우 완전히 숙성되기까지 사흘 이상 남으면 라벨이 빨간색이지만, 점차 숙성돼감에 따라 주황색으로 바뀐 뒤 완전히 숙성되면 노란색으로 색깔이 변한다. 소비자가 기호에 따라 숙성된 상태를 골라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트라세오(TRACEO)사가 개발한, 바코드 위에 붙이는 투명 라벨 제품도 흥미롭다. 특정한 종류의 세균을 인식할 수 있는 이 제품은 원래는 투명하지만 포장된 식품이 상하거나 부패하면 불투명하게 변한다. 그렇게 되면 바코드 리더기를 가져다 대도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판매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의 히트지니(HeatGenie)사가 개발한 자체 발열ㆍ냉각 기술 역시 주목할만하다. 알루미늄과 실리카 등을 혼합한 원료를 통해 일시에 많은 양의 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이 기술은, 캔이나 통조림 제품 등에 적용돼 불과 2~3분만에 뜨겁게 데워진 음식를 맛볼 수 있게 한다.


 

 

 

미술적인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발전이 결합하면서 보수적인 식품업계에도 패키지 디자인을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뉴질랜드의 라이프센스는 과일의 숙성도를 보여주는 라벨 디자인을 선보여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을 차단했고, 스웨덴 투모로우머신은 설탕을 이용해 올리브 오일병을 계란처럼 만들어 환경에 대한 관심을 부각시키고 있다.


▶음식만큼이나 빨리 썩는 포장

포장 산업이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난이다. 나무를 베어내 만든 종이 상자와 수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좋은 디자인을 즐기는 마음 한 켠에 불편함을 남긴다. 한 유기농 업체 관계자는 “유기농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제품을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서 배송하는데 포장이 너무 과하다는 항의가 곧잘 들어온다”며 “심지어 포장재를 회사로 돌려보내는 소비자도 있다”고 귀띔했다.

기업들 역시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화학업체 듀폰(Dupont)이 북미와 유럽의 포장재 관련 산업 전문가 500명을 상대로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포장 산업의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향후 10년 내에 두배 이상 커질 것이고, 기업들은 포장재를 만드는 데 있어서 예산보다 환경 문제에 더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화하는 소비자 인식에 맞춰 지속가능한 패키지 디자인 개발도 한창이다. 스웨덴의 디자인스튜디오 투모로우 머신(Tomorrow Machine)은 “안에 든 음식만큼이나 수명이 짧다”고 자신의 패키지 제품을 소개한다. 생물분해성 물질만 사용해서 디자인을 하기 때문이다. 설탕을 이용해 만들어 계란처럼 톡 깨지는 올리브 오일병, 밀랍으로 만들어 오렌지 껍질처럼 벗겨지는 쌀 포장재 등 참신한 제품들이 눈에 띈다.

국내 업체들 역시 친환경 포장 바람에 동참하고 있다. 네네치킨은 식물성 콩기름으로 인쇄된 포장박스를 사용하고, 본도시락은 옥수수전분으로 만든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 관계자는 “윤리적 가치를 반영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기업들 역시 제조비용 증가로 인한 손해를 보더라도 친환경 포장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paq@herald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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