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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공원을 품다, 마을회관 광장을 담다
20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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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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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이 광장이 된다면?”

 

부산광역시 영도. 피난민들의 한과 아픔이 뒤섞인 곳, 혈육을 찾고자 하는 희망이 공존하는 공간. 그런 곳에 지어지는 마을회관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플로건축사사무소(flo)는 “마을회관이 광장이 된다면?”이라는 물음에서 영도 봉산마을 코워킹스페이스를 설계했다.

 

회사의 명칭이자 건축물의 기준레벨을 뜻하는 밑바닥(FL±0)에서부터 다시 질문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외부와 내부를 잇고, 그 흐름(FLOW) 속에 마을 주민들의 관계 맺기를 도와주고 싶었다.

 

지난 14일 성동구 성수동에서 만난 플로 최재원 대표는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공공건축물이 어떤 경계와 흐름을 통해 좋은 공간을 서비스할지 또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플로는 최 대표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후배들인 오진국, 신요한 대표가 함께 만들었다. 여기에 최 대표와 과거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 권미리 대표까지 함께하고 있다.

 

봉산마을 코워킹스페이스는 부산시 영도구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시작됐다. 영도구청에서 발주했던 프로젝트로 마을 중심에 있는 여러집들을 매입해 주민들의 사랑방 그리고 연결통로를 만들어줬다.

 

 

“건물이라기보다는 편안하게 와서 쉴 수 있는 공원이자 광장 같은 공간을 노렸습니다. 옆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음식을 하고, 그 옆에서는 커피도 마실 수 있고 그런 공간을 기획했습니다.”

 

최 대표는 설계 취지를 설명하며 “가장 큰 난관이 급격한 경사였다”고 기억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단차를 활용했다. 겉에서 보면 가운데 강당이 있는 큰 마을 광장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6층의 거대한 건물이다.

 

이를 위해 부지 가운데 있는 ‘성당집’(과거 집주인이 성당을 열심히 다녔다고 한다)을 그대로 살렸다. “성당집이 기준이 돼서 전체를 묶어주고 통일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권미리 대표는 설명을 이어갔다.

 

원래의 ‘성당집’ 1층이 현재의 건물에서는 3층의 역할을 하며 2층은 4층 역할을 한다. ‘성당집’을 중심으로 아래위가 지어졌다. 테라스 하우스 형식의 마을회관이다 보니 각자가 도로에서 바로 이어지는 1층이기도 하다. 시골 노인들은 동네 아랫부분에서 윗부분으로 마실을 나갈 때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한결 이동을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신요한 대표는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체가 하나입니다. ‘성당집’ 하나만 살리고 양쪽에 있던 것들을 크게 하나의 판을 만들어서 연결한 셈입니다. 그 판과 판 사이에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들을 넣어준 것이지요”라며 건물을 소개했다.

 

언덕에 있다 보니 조선소와 부산항을 내려다보이는 ‘뷰맛집’이다. 이에 마을주민들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기존의 ‘성당집’은 카페로, 전망이 가장 좋은 6층은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할 수 있게 배치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작은 바자회도 열고 반상회도 할 수 있게 강당을 설치했다. 각층의 레벨들을 활용해서 아래층을 무대로 만들고 계단은 자연스럽게 객석으로 이용됐다. 뒤로 부산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무대가 생긴 셈이다.

 

넓은 광장이 생기니 마을 사람들도 자연스레 교류가 많아진다. 이곳에서는 음식을 해서 서로 나눠 먹기도 하고, 부산 국제 영화제가 열릴 때면 스크린을 설치해 배우들의 무대인사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건물의 자재로 옮겨졌다. 마을 주민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보니 세련되고 낯설기보다는 친숙한 자재를 사용하고 싶었다. 여기서 다시 ‘성당집’이 힌트가 됐다.

 

권미리 대표는 “남아있는 ‘성당집’의 붉을 벽돌에 맞춰 나머지 건물의 외벽을 꾸몄다”면서 “마을 전체의 이미지와도 잘 어우러지고, 새로 지어진 건물이 아닌 원래 있던 건물처럼 보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건물 내부뿐만 아니라 외벽의 조명 역시 신경 썼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회관인 만큼 광장이자 이동통로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처마, 마당을 밝히는 조명도 더 많이 사용했다.

 

건물은 현재 ‘베리베리 봉산센터 마을회관’으로 불린다. 지난해 ‘부산다운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상을 받게 된 데는 ‘어우러짐’을 강조하는 플로의 건축 철학이 적중했다.

 

최 대표는 “(건축물은)서울 아파트로 비유하면 주민들이 전부 모이는 커뮤니티 센터”라면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영도가 가진 환경 그리고 마을의 역사를 잘 유지하면서 그들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 적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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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환경과 잘 어우러진 플로의 작품이라면 ‘마루뜰어린이집’도 빼놓을 수 없다.

 

세종시 국토연구원의 직장어린이집으로 활용하기 위해 공모전을 연 ‘마루뜰어린이집’은 세종시 반곡동 모개뜰근린공원 안에 위치했다.

 

이미 조성된 연구원 안에 남는 공간이 없어 부지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지자체 협력을 통해 공원의 일부를 어린이집 부지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직장어린이집이 공원 내에 위치해 있는 것은 국내 최초의 시도다.

 

최 대표는 “이미 조성된 공원의 일부를 어린이집으로 이용하는 만큼 공원과의 관계가 중요한 숙제였다”면서 “공원의 훼손을 최소화하고 공원과 어린이집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계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위해 어린이집과 공원이 분리된 담으로 경계가 만들어지고 서로 등을 맞댄 공간이 되길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안전 또한 중요한 만큼 일정 부분 폐쇄적인 공간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담이 아닌 대지의 높이차를 활용한 입체적인 경계를 해법으로 떠올렸다. 3m 가량 높이 차이가 나는 대지의 낮은 쪽을 어린이집의 1층 레벨로 하고 어린이집 옥상을 공원의 산책로에 편입시켰다.

 

오진국 대표는 “입체적으로 만들어진 깊이에 따른 경계는 어린이들이 울타리에 갇혀 있기보다는 안전하게 자연과 공원을 즐기며 주변을 인식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4개의 보육실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이 보육실이 자연 속에 흩어져 있는 집들의 집합으로 인식되길 기대했다. 이동통로를 제외하고 건물의 외부에 보육실을 배치해 3면이 트여 열린 조망과 자연채광이 가능하도록 계획했다. 공원이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왔고, 어린이집이 공원 바깥으로 나간 셈이다.

 

보육실에는 크게 두 종류의 창을 설치했다. 먼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창들을 계획했다. 다른 하나는 고측창으로 보육실 전반에 자연광을 비출 수 있도록 계획했다.

 

어린이집의 중심에는 중정이 위치한다. 중정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었다. 여기서도 지형의 높낮이를 활용했다. 별도의 놀이기구를 많이 두기 보다는 높낮이를 활용한 미끄럼틀과 암벽등반, 모래놀이 공간을 배치했다.

 

최 대표는 “마루뜰어린이집은 건축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그가 소망하는 어린이집의 10년, 20년 후의 모습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아이들이 자라듯 새로 식재된 나무들도 시간을 두고 성장해 공원과 연속된 경계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원과 어린이집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공원 이용자도 산책로를 편안하게 활용하고 아이들도 자연의 풍요로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영상 기자 /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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