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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디자인 가치는 ‘결국 인간’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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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비슷한 것 만드는 시대…남들과 다른 독창성이 해답”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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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발전으로 무뎌진 감각 ‘휴먼모드’로 다시 일깨워야”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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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지식 다 가진 시대…비워야 창의력 들어선다”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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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보다 느려도 볼트에 열광…AI시대, 수고 가치 더 커지죠”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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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형태 만드는 시대…디자이너는 삶 설계해야”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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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한마디 담자” 곳곳서 찰칵…2060 뛰어넘은 영감의 샘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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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전쟁 속에서도 세상은 점점 나아져…한국의 변혁 놀라워”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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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포럼 “사진이 없었다면 서도호의 집도 없었다”…AI시대의 디자인은?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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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없었다면 서도호의 집도 없었다”…AI시대의 디자인은?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1870년 사진술이 등장했을 때 화가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공포에 떨었지만, 사진이 없었다면 제프 쿤스의 스테인리스 풍선 개나 서도호의 거대한 천으로 지은 집은 태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AI(인공지능) 역시 인간의 머리로 미처 상상조차 못 했던 새로운 차원의 창작을 열어젖힐 때 비로소 흥미로워집니다.”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는 150여 년 전 사진술이 촉발한 ‘예술의 해방’을 소환해 오늘을 비췄다. Ai시대 인간은 이미 해오던 작업을 기계로 더 ‘빠르고 싸게’ 복제하는 데 급급하기보단, 기계의 연산이 닿지 못하는 ‘생각 너머’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화두를 던진다. 국내 대표 디자인 지식 플랫폼 ‘헤럴드디자인라운지(HERALD DESIGN LOUNGE) 2026’이 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헤럴드경제는 이날 지난 15년간 100명이 넘는 세계적 거장들과 1만여 명의 청중과 함께 이어온 ‘헤럴드디자인포럼’을 자유롭고 유연한 교류를 지향하는 ‘라운지’로 탈바꿈시키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비욘드 비주얼(Beyond Visuals)’을 주제로 내건 이날 현장에는 시작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며 ‘인증샷’을 남기는 참석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고, 400여 객석도 가득 들어찼다. 최진영 헤럴드 총괄 대표이사는 개회사에서 “디자인의 참된 힘은 눈에 보이는 형태를 넘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있다”며 “기술이 진화할수록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인간의 질문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동반자로 함께한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 역시 축사를 통해 “AI가 몇 초 만에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형태를 빚는 일이 더 이상 귀하지 않게 된 시대에, 정작 귀해지는 것은 형태 너머를 보는 눈”이라며 “기술이 형태를 맡는 만큼 디자이너는 그 형태가 놓일 삶을 설계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사그마이스터는 200년간 축적된 인류 발전 데이터를 시각화한 작업을 펼쳐 보이며, AI 공포와 미디어의 단기적 비관론에 휩싸인 창작자들에게 ‘시선의 전환’을 제안했다. 그는 “자극적인 단기 뉴스는 세상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떠들지만, 200년의 역사를 길게 보면 인간의 삶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극적으로 개선됐다”며 디자이너는 절망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희망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그는 드론 공습경보가 울리던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르비우 공원의 컨테이너에서 희망의 데이터를 담은 전시를 열어 3500여 명의 현지인을 위로하기도 했다. 사그마이스터는 AI가 몇 초 만에 이미지를 쏟아내는 시대에 디자인의 ‘진짜 가치’는 ‘인간의 노동’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집 다락방에 쌓여 있던 200년 된 회화를 직접 칼로 오려내고 사포질해 현대적 데이터 조형물로 구현했다. 이 작업 과정을 소개하며 그는 “결과물이 무한히 쏟아지는 시대일수록,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는 ‘수고의 증거’ 자체가 가장 희소하고 귀한 재료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크에선 좌장을 맡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진준 카이스트(KAIST) 교수와 타이포그래퍼 유지원 글문화연구소 소장, 사그마이스터가 마주 앉아 기계가 닿지 못하는 인간의 영역을 짚었다. 유 소장은 “치매 환자도 끝까지 놓지 않는 것은 ‘행복해지고자 하는 마음’”이라며 디자이너는 기술 바깥에 서서 인간의 삶과 결핍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 역시 “신체로 겪어낸 시간과 스스로 판단의 책임을 지는 태도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며 불완전한 인간의 고유성을 환기했다. 차세대 창작자들의 실천적 실험도 청중을 사로잡았다. 애플 TV 콘텐츠 팀의 김그륜 크리에이터는 2차원 평면을 깨고 발표 현장 자체를 관객이 탐험할 수 있는 3차원 게임으로 구현해 환호를 받았다. 공포 단편 영화 ‘꼬리잡기’의 프리퀄을 관객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바뀌는 인터랙티브 필름으로 제작하고, 숨겨진 인터넷 주소를 입력한 관객의 집으로 실물 보드판과 영화표를 배송하는 온·오프라인 융합 사례도 공개했다. 김그륜은 “비슷한 AI 영상이 쏟아지는 시대엔 기술적 완성도만으로 차별화할 수 없다”며 “디자이너가 바이브 코딩을 활용해 자신에게 필요한 도구와 제작 파이프라인 자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킵콴(KEEPKWAN)’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윤석관 작가는 해외 출장길에서 AI가 한복을 ‘차이니즈 기모노’로 왜곡해 표기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후 한국 전통 복식 AI 작업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AI 한복 이미지를 실물 옷으로 짓고, 2026년 ‘향’과 ‘맛’으로 확장해 온 ‘옴니센스’ 콘텐츠를 선보인 그는 “AI가 무한히 덧붙일 때 인간은 덜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일 1시간씩 걷고, 도예와 분재를 익히며 손끝의 감각을 벼리는 ‘휴먼 모드’를 켜야만 기계에 삼켜지지 않고 고유한 자아를 지킬 수 있다”고 당부했다. 대미를 장식한 스페셜 토크에서 건축가 윤경식 한국건축 회장은 산불로 전소된 강릉 인월사를 부처의 눈썹을 닮은 초승달 형태와 불교 철학인 인드라망으로 재탄생시킨 여정을 풀어냈다. 지난 20년간 건축 책을 보지 않았다는 윤 회장은 “지식과 데이터는 이미 세상에 넘쳐나기에, 개념을 비워낸 자리에 설 때 비로소 상상력이 발현된다”며 “인문(人文)이란 결국 인간이 그리는 무늬이며, 그 궤적을 짚어내는 직관적 감각과 용기야말로 기술 격변기에도 살아남는 오리지널리티”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비주얼에만 투자하면 한계가 빨리 온다. 건축은 삶을 디자인 하는 것”이라며 “‘내 인생이 담겨있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앞서가는 디자이너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을 지킨 청중의 반응도 뜨거웠다. 회사 동료들과 단체로 참석한 삼성전자 모바일 디자이너 이재현(28) 씨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라는 메시지와 함께, 실무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어떤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할지 깊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약사 홍지은(67) 씨는 “AI와 인간의 대립이 치열하게 느껴지는 시대에 디자인 분야에서 지식과 사회가 구체적으로 융합하는 사례를 배워 유익했다”고 소감을 건넸다. 마이스(MICE) 전공 대학생 정유리(21) 씨 역시 “디자이너들이 AI를 단순히 쓰는 수준을 넘어 도구 자체를 주도적으로 다루는 방식에서 향후 기획 분야에 적용할 훌륭한 영감을 얻었다”고 들려줬다. 글 = 고승희 · 부애리 기자 사진 =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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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디자인 가치는 ‘결국 인간’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1870년 사진술이 등장했을 때 화가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공포에 떨었지만, 사진이 없었다면 제프 쿤스의 스테인리스 풍선 개나 서도호의 거대한 천으로 지은 집은 태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AI(인공지능) 역시 인간의 머리로 미처 상상조차 못 했던 새로운 차원의 창작을 열어젖힐 때 비로소 흥미로워집니다.”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150여 년 전 사진술이 촉발한 ‘예술의 해방’을 소환해 오늘을 비췄다. AI시대 인간은 이미 해오던 작업을 기계로 더 ‘빠르고 싸게’ 복제하는 데 급급하기보단, 기계의 연산이 닿지 못하는 ‘생각 너머’의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화두를 던진다. ▶관련기사 4·5면 국내 대표 디자인 지식 플랫폼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이 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헤럴드경제는 이날 지난 15년간 100명이 넘는 세계적 거장들과 1만여 명의 청중과 함께 이어온 ‘헤럴드디자인포럼’을 자유롭고 유연한 교류를 지향하는 ‘라운지’로 탈바꿈시키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비욘드 비주얼(Beyond Visuals)’을 주제로 내건 이날 현장에는 시작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며 ‘인증샷’을 남기는 참석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고, 400여 객석도 가득 들어찼다. 최진영 헤럴드 총괄 대표이사는 개회사에서 “디자인의 참된 힘은 눈에 보이는 형태를 넘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있다”며 “기술이 진화할수록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인간의 질문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 역시 축사를 통해 “AI가 몇 초 만에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형태를 빚는 일이 더 이상 귀하지 않게 된 시대에, 정작 귀해지는 것은 형태 너머를 보는 눈”이라며 “기술이 형태를 맡는 만큼 디자이너는 그 형태가 놓일 삶을 설계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사그마이스터는 200년간 축적된 인류 발전 데이터를 시각화한 작업을 펼쳐 보이며, AI 공포와 미디어의 단기적 비관론에 휩싸인 창작자들에게 ‘시선의 전환’을 제안했다. 그는 “자극적인 단기 뉴스는 세상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떠들지만, 200년의 역사를 길게 보면 인간의 삶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극적으로 개선됐다”며 디자이너는 절망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희망의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그는 드론 공습경보가 울리던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르비우 공원의 컨테이너에서 희망의 데이터를 담은 전시를 열어 3500여 명의 현지인을 위로하기도 했다. 사그마이스터는 AI가 몇 초 만에 이미지를 쏟아내는 시대에 디자인의 ‘진짜 가치’는 ‘인간의 노동’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집 다락방에 쌓여 있던 200년 된 회화를 직접 칼로 오려내고 사포질해 현대적 데이터 조형물로 구현했다. 이 작업 과정을 소개하며 그는 “결과물이 무한히 쏟아지는 시대일수록,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시간과 정성을 들였다는 ‘수고의 증거’ 자체가 가장 희소하고 귀한 재료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 토크에선 좌장을 맡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진준 카이스트(KAIST) 교수와 타이포그래퍼 유지원 글문화연구소 소장, 사그마이스터가 마주 앉아 기계가 닿지 못하는 인간의 영역을 짚었다. 유 소장은 “치매 환자도 끝까지 놓지 않는 것은 ‘행복해지고자 하는 마음’”이라며 디자이너는 기술 바깥에 서서 인간의 삶과 결핍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 역시 “신체로 겪어낸 시간과 스스로 판단의 책임을 지는 태도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며 불완전한 인간의 고유성을 환기했다. 차세대 창작자들의 실천적 실험도 청중을 사로잡았다. 애플 TV 콘텐츠 팀의 김그륜 크리에이터는 2차원 평면을 깨고 발표 현장 자체를 관객이 탐험할 수 있는 3차원 게임으로 구현해 환호를 받았다. 김그륜은 “비슷한 AI 영상이 쏟아지는 시대엔 기술적 완성도만으로 차별화할 수 없다”며 “디자이너가 바이브 코딩을 활용해 자신에게 필요한 도구와 제작 파이프라인 자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킵콴’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윤석관 작가는 해외 출장길에서 AI가 한복을 ‘차이니즈 기모노’로 왜곡해 표기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후 한국 전통 복식 AI 작업을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AI 한복 이미지를 실물 옷으로 짓고, 2026년 ‘향’과 ‘맛’으로 확장해 온 ‘옴니센스’ 콘텐츠를 선보인 그는 “AI가 무한히 덧붙일 때 인간은 덜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미를 장식한 스페셜 토크에서 건축가 윤경식 한국건축 회장은 산불로 전소된 강릉 인월사를 부처의 눈썹을 닮은 초승달 형태와 불교 철학인 인드라망으로 재탄생시킨 여정을 풀어냈다. 지난 20년간 건축 책을 보지 않았다는 윤 회장은 “지식과 데이터는 이미 세상에 넘쳐나기에, 개념을 비워낸 자리에 설 때 비로소 상상력이 발현된다”며 “인문(人文)이란 결국 인간이 그리는 무늬이며, 그 궤적을 짚어내는 직관적 감각과 용기야말로 기술 격변기에도 살아남는 오리지널리티”라고 힘줘 말했다. 글 = 고승희 · 부애리 기자 사진 =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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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전쟁 속에서도 세상은 점점 나아져…한국의 변혁 놀라워”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1825년 민주주의 국가는 단 한 곳이었습니다. 100년 뒤인 1925년에는 18곳, 2025년에는 85곳으로 늘었습니다. 세상을 장기적으로 바라보면 모든 것이 더 나아 보입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사그마이스터앤드월시(Sagmeister&Walsh) 공동설립자는 2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라운지(HERALD DESIGN LOUNGE) 2026’ 기조연설에서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갈등과 전쟁 등 현재의 사건을 보면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백 년 전이나 수십 년 전과 비교해 보면 인류가 이뤄낸 진전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Finally, Something Good(마침내, 좋은 것)’이라는 주제로 연설에 나선 사그마이스터는 자신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미국 아카데미에서의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한 변호사가 폴란드, 헝가리, 브라질 등에서 벌어지는 일을 거론하며 현대 민주주의가 종말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사그마이스터가 실제 데이터를 검색해 봤더니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났다. 현대 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약 200년 전부터 현재까지 민주주의 국가 수가 점점 늘어난 것이다. 사그마이스터는 강연 초반 참석자들에게 인류의 미래와 개인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인류의 미래에는 비관적인 사람이 많았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사람이 많았다. 그는 이를 ‘낙관주의 격차(Optimism Gap)’라고 설명했다. 세계와 인류의 미래는 비관적으로 보지만, 자신의 미래는 비교적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그마이스터는 사람들이 세상을 실제보다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원인 중 하나로 갈수록 짧아지는 뉴스 주기를 꼽았다. 연간에서 월간, 주간, 일간으로 간행물 주기가 짧아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장 이후에는 순간으로 단축됐다. “참사와 스캔들은 짧은 뉴스 주기에 잘 맞지만, 좋은 일은 그렇지 않다. 인간의 뇌는 위험을 빠르게 감지해야 했던 선사시대부터 부정적인 정보에 더 빠르게 반응하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세상을 보다 긴 시계로 바라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삶과 죽음, 식량과 기아, 지식과 무지, 민주주의와 독재, 건강과 질병, 평화와 전쟁 등을 숫자로 살펴보면 믿을 수 없을 만큼 발전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가족사를 예로 들었다. 18~19세기를 살았던 그의 고조부모는 어린 자녀를 6명이나 잃었다. 정치적 권리도 제한됐다. 오스트리아에서는 1919년이 돼서야 여성 참정권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는 195개국에서 여성의 투표권이 있다. 사람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얻어낸 결과”라고 했다. 한국의 변화에도 놀라움을 표했다. 1990년대부터 약 10년 주기로 한국을 방문해 왔다는 사그마이스터는 “한국이 더 나은 곳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봤다. 그 어떤 국가도 이루지 못한 변혁을 달성했다”며 “한국의 기대수명은 지난 120년 동안 27세에서 83세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그의 대표 프로젝트 ‘Now is Better(지금이 더 낫다)’로 이어졌다. 기대수명, 빈곤, 불평등, 폭력 등의 데이터를 시각화해 인류의 삶이 장기적으로 발전해 왔음을 보여주는 시리즈 작업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렌티큘러 인쇄부터 에어 댄서(풍선인형)를 데이터 막대그래프로 활용한 DDP 야외 설치까지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5개의 병원에서 환자들이 수술받으러 지나가는 삭막한 복도에 밝은 디자인을 입혀 덜 불안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등 디자인을 통해 일상의 경험을 변화시키는 작업도 진행해 왔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시와 강연을 진행한 경험도 소개했다. 머리 위로 드론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만난 한 현지 관객은 그에게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그마이스터가 말하는 낙관은 현실의 문제를 외면한다는 뜻은 아니다. 디자이너는 부정적 소식을 포함해 사회 현상을 빠르게 쫓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냐는 청중의 질문에 그는 “둘 다 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부정적인 현실은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될 수 있지만, 부정적인 것만 보면 자포자기하게 된다. 지금은 부정적인 것은 너무 많고, 긍정적인 것은 너무 적다”며 “사회적 변화를 위해서는 채찍과 당근이 모두 필요하다. 언론이 끊임없이 채찍을 보여준다면 전시를 통해서는 당근도 보여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에 대해선 물건을 주문할 때 사용한다면서도 “뭔가 소통을 하고자 하면 사람이 해야지 기계를 통해서 하면 안 된다는 신념이 있다. 디자인할 때도 사람이 사람에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며 “시각적 작업의 주도적인 도구로는 쓰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그마이스터는 강연 마지막에 다시 참석자들에게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물었다. 강연 초반보다 미래를 낙관하는 쪽에 손을 든 사람이 조금 늘었다. “Things will be great(상황은 좋아질 거예요).” 디자인 대가의 메시지는 힘들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세상을 바꿀 힘을 건넨다. 글 = 김현경 기자 사진 =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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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한마디 담자” 곳곳서 찰칵…2060 뛰어넘은 영감의 샘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
“앞으로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 디자이너가 될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시야가 한층 넓어진 느낌이 들었다” 2일 열린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라운지 2026’에는 400여명의 방문객이 몰리면서 열기가 뜨거웠다. 디자인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학생과 직장인, 전문직 종사자 등 다양한 분야의 참석자들이 행사장을 채우면서 디자인 라운지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이날 포럼에는 국내외 디자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행사 시작 전부터 객석이 거의 가득 차 있었고, 주요 세션이 끝날 때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세계적 디자이너인 스테판 사그마이스터가 강연을 하자 객석 곳곳에서 참석자들이 휴대전화를 들어 무대를 촬영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곳곳에서 노트북과 태블릿PC를 켜놓고 연사의 말을 받아 적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올해 포럼을 관통한 화두 가운데 하나는 단연 AI였다. 생성형 AI가 이미지와 영상을 만들고 제품 설계 과정까지 파고들면서 디자인의 역할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AI 활용에 대해 연사에게 직접 질문을 하는 참석자들도 상당했다. 한 참석자가 사그마이스터를 향해 “AI를 쓰고있냐”라고 질문하자, 사그마이스터는 “디지털을 선호하진 않았지만 쓰고 있다”라며 “다만 AI 시대에도 사람 대 사람으로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꼭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행사 초반부에는 참가자들이 진중한 모습이었지만, 후반부가 되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김그륜 애플TV 콘텐츠팀 크리에이티브는 직접 만들어 온 게임 영상 화면을 띄우면서 유쾌하게 강연을 시작했다. 김 크리에이티브가 영상을 설명하자, 객석 곳곳에서는 웃음소리도 나왔다. 김 크리에이티브를 향해서도 AI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하는 방법과 관련된 질문이 이어졌다. 김 크리에이티브는 “커뮤니티를 만들면서 색다른 재미를 더하면 확장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행사장 밖에서도 열기는 이어졌다. 세션 사이 쉬는 시간이 되자 행사장 밖에 마련된 티테이블에서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참석자들도 있었고, 포토월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참석자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울렀고, 디자인 관련자 외에도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참석이 이어졌다. 디자인 전공자들은 관련 분야에서 과제나 업무를 할 때 강연 내용이 영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에서 모바일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이재현(28) 씨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라는 메시지가 상당히 와닿고 인상 깊었다”라며 “상업적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 디자이너가 될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돼서 유익했다”라고 말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김다현(23) 씨는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건 분명하지만 어디까지가 디자이너의 몫인지 늘 고민이었는데, 그 기준점을 어느 정도 잡아준 것 같다”라며 “강연에서 들은 내용을 앞으로 작업에 어떻게 적용할지 더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자인 전공이 아닌 이들도 참석해서 디자인에 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호평했다. 건설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성준(31) 씨는 “AI를 업무에 접목하려는 회사 분위기 속에서 다른 업계의 고민을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라며 “보수적인 건설업과 달리 모든 걸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디자이너들의 시각이 신선했다”라고 전했다. 약사인 홍지은(67) 씨는 “사회 전반의 융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라며 “AI와 인간의 대립이 치열하다고 느꼈는데 디자인 분야의 사례를 배울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글 = 부애리 · 전현건 기자 사진 =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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