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news
home NEWS ARCHITECTURE
ARCHITECTURE
“건축을 통해 더 나은 미래로 가는 영감 주고 싶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23]
2023.09.21
edit article
헤럴드디자인
건축가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 인터뷰
2022년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 수상
‘공동체·교육·환경’ 메시지 담은 건축철학
“건축·강연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길 바라”

아프리카 기니만 연안에 위치한 인구 1300만명의 나라 베냉(Benin) 공화국에서는 국회의사당 건물이 새롭게 지어지고 있다. 최근 골조 작업을 마친 건물은 내년부터는 시민들에게 개방될 예정이다. 건물은 아프리카에 많은 ‘팔레버(Palaver) 나무’의 형상을 띠고 있다. 아프리카 현지 부족들이 팔레버 나무 아래에서 토론과 축제, 모임을 가지는 전통에 기반한 형태다.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이는 ‘간도(Gando) 초등학교’로 알려진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 출신의 건축가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다. 케레는 “베냉 국회의사당의 디자인을 통해 민주적인 가치의 중요성과 국가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가 건축을 통해 구현하려는 철학이 엿보인다.

케레는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간도 태생으로 베를린공대에서 수학한 건축가다. 현재는 베를린 ‘건축 스튜디오’를 거점으로 유럽·아프리카·미국 등 여러 대륙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건축가 반열에 올랐다. 아프리카인 최초, 흑인 최초의 수상이다.

케레의 건축은 ‘사람’을 향해 있다. 작품을 통해 사회를 바꾸고,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가 꼽는 자신의 건축철학부터가 “우리가 우리 모두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다. 케레는 여기에 ‘공동체’라는 메시지를 더한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라도 사람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다.케레가 만든 건축물들도 이용객들이 편안하게 모여 대화하고, 만남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지어진다.

베냉 국회의사당 완성 예상도 [Kéré Architecture]
디에베도 프란시스 케레의 베냉 국회의사당 내부 예상도 [Kéré Architecture]

베냉공화국의 국회의사당 건물에도 이런 지향점이 반영돼 있다. 그는 “팔라버 나무 아래는 아프리카의 부족 장로들이 모여서 회의를 나누던 전통적인 장소”라면서 “가장 현명한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 부족, 민족의 운명을 논의하던 팔라버 나무를 상징으로 쓰면서 국회의사당 건물이 민주주의의 장이 돼야 한다는 지향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미국의 티펫 라이즈 아트 센터(Tippet Rise Art Centre)에 설치한 방문객용 파빌리온 ‘자일럼(Xylem)’도 같은 사례다. 건축물은 실내에 통나무로 만든 여러 개의 평상이 배치하면서 여러 사람이 함께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구조로 지어졌다.

케레는 “건축물 안에 들어선 방문객들은 안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재충전할 수 있다”면서 “방문객끼리의 조용한 대화와 휴식을 위해 건물은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을 띠면서, 주변 풍경과 융화될 수 있도록 신경썼다”고 소개했다.

케레의 건축 철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요소로는 교육과 환경이 있다. 그가 건축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가 고향인 아프리카의 열악한 교육상황과 자원부족 해결이었다. 여기에 최근 심해지고 있는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묻어나는 게 케레 건축물의 특징이다.

그의 첫 번째 작품 ‘간도 초등학교’가 대표적인 사례다. 간도 초등학교는 간도 지역의 어린이 교육을 위해 지어진 시설이면서,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인 흙벽돌을 통해서만 지어진 건물이다.

케레는 “간도 지역에 초등학교를 지으려고 마음먹었을 때, 현지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고 크레인 등 건설 장비도 동원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면서 “뜨거운 햇빛과 강한 폭우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면서도 환기가 잘 될 수 있게,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흙벽돌로 구조물을 쌓아 올렸다”고 설명했다.

목수가 되기 위해 독일로 떠났던 케레는 서른살의 늦은 나이에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학위를 받고서 2004년에 처음으로 지은 건물이 간도초등학교다. 작품은 ‘아가칸 건축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었다.

케레는 최근 노동자부터 대학원생까지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활발한 강연 활동도 벌이고 있다. 그 근저에는 교육이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다. 그는 “건축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간도 지역에서 촌장이던 아버지가 나를 학교에 보내고, 읽고 쓰는 법을 배우게 시켰기 때문”이라면서 “교육은 사회적 존재로서 탄탄한 기초를 다질 수 있게 해주는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메시지를 광범위하게 확산시켜야 하는데, 건축가로서 구현할 수 있는 건물은 한정돼 있다”면서 “열심히 연단에 서고 강연을 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메시지를 여러 사람에게 전파하려고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는 9월 19일 열리는 2023년 헤럴드 디자인포럼에서도 연사로 나선다. 이번 행사에서 ‘기회 : 재료와 공간(Opportunities: Material and Place)’을 주제로 국내 청중과 만난다. 직접 제작한 건축물을 소개하면서, 건축가가 된 계기와 건축에 접근하는 방식을 소개할 계획이다.

 

김성우 기자 / zzz@heraldcorp.com

 

share
LIST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