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2월 20일, 프랑스의 일간지 <르 피가로> 에 기사 하나가 실렸다. 필리포 마리네티 (Filippo Marinetti) 는 이 기사에서 새로운 예술사조의 출현을 알렸다. 바로 미래주의 (futurism) 였다. 박물관을 파괴하라, 도서관을 파괴하라, 아카데미를 파괴하라 등 다소 과격한 말들로 이루어진 미래주의 선언문. 이 선언문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던 모더니즘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전위적인 예술사조로 떠올랐다. 이 선언문을 시작으로 전 세계 예술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 미래주의. 미래주의는 어떻게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었을까?

<르 피가로에 실린 미래주의 선언문, 사진 출처 : slideshare>

1) 그림

미래주의는 시각적 예술에서 빛을 발했다. 미래주의 화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에 미래주의 이념을 담아내어 새로운 예술사조의 시작을 알렸다. 그들은 피카소 등 유명 화가들이 유지했던 입체파를 비판했다. 입체파의 그림들은 정적이고 수동적이라며 당시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했다. 움베르토 보초니 (Umberto Boccioni), 카를로 카라 (Carlo Carrà), 자코모 발라 (Giacomo Balla) 등은 역동적이고 능동적인 산업시대의 모습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즉 도시와 기계 문명의 강렬함과 속도감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 움베르토 보초니, The city rises, 사진 출처 : artcyclopedia >

 < 카를로 카라, Girl on a balcony, 사진 출처 : giacomoballa.blogspot >

2) 건축, 인테리어

 미래주의는 ‘현대’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건축, 인테리어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건축과 인테리어에서 미래주의는 현대인의 감성, 첨단 과학 기술에 기초한 주거 형태를 보여줬다. 이탈리아의 건축가 안토니오 산텔리아(Antonio Sant’Elia) 는 그의 그림 <새로운 도시, The New City>를 통해 새로운 외관 디자인과 엘리베이터가 건물 밖에 위치한 건축 디자인을 그려내며 미래의 건축 양식을 예언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인테리어에서 미래주의는 작고 심플한 주거 형태를 지향하며 인구 증가에 따른 미래 지향적 인테리어를 보여줬다.

< 안토니오 산텔리아, The New City, 사진 출처 : Pinterest >

< 미래주의 인테리어, 사진출처 : Pinterest >

3) 패션

미래주의가 가장 눈에 띠는 분야는 단연 패션이다. 패션에도 미래주의의 이념인 역동성, 단순성, 간편성 등이 함유됐다. 패션에서 특히 두드러진 건 과거 의복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스타일이다. 강렬한 색체, 장식적 디자인, 비대칭 구성, 동적인 직물 사용은 미래주의 패션 만의 독창성으로 떠올랐다. 이런 독창성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 미래주의 패션은 대중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진 못했다. 그러나 패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선 의의가 있다.

 

< 미래주의 패션, 사진 출처 : Pinterest >

불안한 현재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은 뭐가 있을까?　미래파는 그 해결책으로 ‘상상’을 제시했다. 미래를 꿈꿔보면서, 미래를 작품으로 표현하면서, 상상을 통해 현재의 불안을 떨쳐낸 것이다. 이를 통해 발전한 미래주의. 독자분들도 미래파처럼 미래를 그려보며 현재의 불안을 극복해 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