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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디자인 날개 단 엔터테인먼트…‘관람’ 아닌 ‘체험’을 만들다
201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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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디자인 날개 단 엔터테인먼트…‘관람’ 아닌 ‘체험’을 만들다

 



화면속 여백 우주공간 느낌 살려주고 잘 디자인된 캐릭터 콘텐츠 가치 올려
테이블옷걸이·등받이 침대까지… 영화관 넘어 복합 문화공간 자리매김


스토리(story)와 그럴듯함(believability), 매력적 요소(appeal).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가 강조하는 디자인의 원칙이다. 단편적 아이디어를 얼마나 흥미롭게 엮어내느냐, 어떻게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과 세계로 그려내느냐, 관객의 감정을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모두 디자인의 영역이다. 실제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지시하다’, ‘표현하다’, ‘성취하다’는 뜻의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 발상을 실체가 있는 것으로 ‘표현’하고, 수용자의 만족도를 ‘성취’하는 전 과정을 디자인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혁신적인 SF 영화로 평가받는 ‘그래비티’를 예로 들어보자.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에 고립된 이들을 적절한 여백과 함께 화면에 담아내는데, 이는 인물들의 고립감과 고독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화면을 구성하는 요소를 적절히 선택해 배치하는 것도 디자인이다. 연극이나 영화에서 ‘미쟝센’이라고 부르는 화면 배치도 일종의 디자인인 셈. 또, 영화는 소리가 없는 우주 공간의 적막함을 표현하기 위해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서라운드를 활용, 대사와 음악, 효과음을 3차원 공간에 흩뿌리 듯 연출했다. 영화에서 오디오 요소를 조율하는 것(사운드 디자인) 역시 디자인에 포함된다. 결국 디자인 없이는 광활한 우주 공간과 그곳이 주는 두려움을 사실적으로 구현한 수작은 나올 수 없었다.

디자인은 거들 뿐? NO! ‘디자인이 콘텐츠 살린다’=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의 전유물로 취급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전 연령층이 즐기는 영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여기엔 허구의 인물과 이야기, 세계를 허무맹랑한 것이 아닌 실재할 법한 것으로 만들어낸 디자인이 한 몫을 했다.

픽사의 아티스트들은 ‘캐릭터들이 영화를 넘어선 세계에 이르기까지 충분한 깊이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벅스 라이프’의 애니메이터들은 다리가 4개인 개미 캐릭터는 귀엽지만 6개는 징그럽다는 작은 차이에 주목해 캐릭터를 완성했다. 올해 최고의 흥행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약 490만 명)은 기쁨, 슬픔, 짜증, 분노, 소심 등 다섯 감정을 적절한 색상과 외모로 표현해 독창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캐릭터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세계도 보는 이들에게 실재하는 공간처럼 느껴져야 한다. 픽사 아티스트들은 극의 배경인 미국의 66번 국도에서 실제 흙먼지를 수집해 디자인에 참고하는가 하면(‘카’),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쓰레기 재활용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월-E’). 이렇게 탄생한 비주얼이 스토리와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픽사를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스튜디오로 만들 수 있었다.

잘 디자인 된 캐릭터는 콘텐츠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부가판권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도 한다. 일루미네이션사의 애니메이션 ‘미니언즈’는 작품 자체는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신선한 캐릭터에 힘입어 고무적인 흥행 성적(약 260만 명)을 기록했다.

엔터테인먼트 시설의 진화, ‘관람’에서 ‘체험’으로=콘텐츠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에도 디자인이 요구된다. 대표적인 엔터테인먼트 시설 중 하나인 영화관은, 동일한 콘셉트와 디자인의 체인점 개념에서 벗어나고 있다. 극장 체인 CGV의 경우 CGV청담시네시티는 미국 브로드웨이, CGV여의도는 런던 소호거리, CGV홍대는 독일 베를린의 베르크하인, CGV판교는 20세기 초 유럽의 ‘살롱’을 콘셉트로 지점마다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동시에 ‘영화 관람’이라는 기본 목표에 충실하기 위해, 의자 간격을 넓히고 가방 걸이를 만드는 등 관객 편의성을 높이는 쪽으로 디자인을 개선하고 있다.

최근 극장 사업자들은 영화관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꾸미는 데 주력하고 있다. 관객들의 수요를 세분화해 공략한 특수관이 그것. 유럽의 부티크 호텔처럼 꾸민 메가박스의 부티크M관은 안락한 좌석은 물론, 테이블과 옷걸이까지 마련했다. CGV 템퍼 시네마는 일반 의자 대신 등받이 각도가 조절되는 침대를 들여왔다. CGV명동역은 영화 전문 도서관인 ‘씨네라이브러리’를, 메가박스 코엑스점은 영화 원작 만화들을 비치한 ‘계단 아래 만화방’을 운영 중이다. 아이맥스(IMAX)와 4DX 상영관은 영화 ‘관람’을 ‘체험’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그래비티’를 IMAX 3D관에서 본다면 실제로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느낌은 물론, 운석의 파편이 날아올 때의 긴장감을 생생하게 맛볼 수 있다. 4DX관은 모션체어와 특수 환경효과 장비가 설치돼, 의자가 움직이거나 바람이 부는 것을 느끼며 주인공이 된 듯한 체험이 가능하다. 영화관이 혁신적인 ‘디자인’의 날개를 달면서,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개념이 확장되는 추세다.

김영미 CGV 디자인팀장은 “각 지점마다 지역 특성과 고객 니즈를 파악해 디자인 콘셉트를 잡는다. 홍대의 경우 클럽 문화가 있고 20대 대학생 고객이 많다는 점에서 독일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인 베르크하인을 모티브로 했다. 영등포는 천장 스크린(스카이 갤러리)을 갖춘 광장 콘셉트로, 지나치는 공간이 아닌 공연도 즐기며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며 “멀티플렉스에 다양한 문화적 라이프스타일을 가미해 새로운 영화관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드라마·영화 등 콘텐츠 유통 플랫폼의 디자인적 진화 =IPTV(인터넷 TV)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같은 콘텐츠 유통 플랫폼에 있어서도 디자인의 역할이 크다. 최근 구글코리아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앱과 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로 쉽고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꼽았다. 집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즐길 때,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설계된 IPTV 메뉴나 모바일 앱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 실제로 IPTV 3사(SK브로드밴드, KT Olleh, LG U+)는 인기 많은 TV프로그램과 최신 영화를 공통적으로 전면에 내세운 디자인으로 사용자 편의를 더한다. 여기에 각 사의 기획전이나 이벤트, 독점 서비스 등의 킬러 콘텐츠를 배치해 차별화를 꾀하는 식이다.

특히 IT기술과 만나 혁신적으로 디자인된 플랫폼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잠재력을 무한대로 넓히고 있다. 구글은 최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현실 세계에 다양한 가상 콘텐츠를 겹쳐 보여주는 것) 기술을 활용,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체험형 웹페이지를 선보였다. 고화질 360도 파노라마 뷰 특수 장비로 촬영해 현장에서 직접 개막식을 보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개막식 영상을 보다가 ‘황정민’이란 배우를 클릭하면 프로필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베테랑’, ‘신세계’ 등의 출연작을 구글플레이를 통해 곧장 감상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용자의 편의성을 더하는 UIㆍUX(사용자 인터페이스ㆍ경험) 디자인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는 경험 전반의 만족도를 높인다. 홀로그램을 통해 K팝 스타의 공연을 24시간 만날 수 있도록 꾸며진 공연장 ‘클라이브(Klive)’는 국내 뿐 아니라 한류 팬들의 발길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기사원문 ->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51013000537&md=20151013112315_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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