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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환경운동가, 그리고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공효진
2019.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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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헤럴드디자인포럼2019 연사 소개] ⑦기조연사 배우 공효진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급격하게 변한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인류세'의 시대. 플라스틱,이산화탄소, 방사능 물질, 콘크리트 등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로 인해 지구가 손상된 산업혁명 이후의 인류는 이제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을 찾아야 하는 걸까요. 세계 디자인계 '다보스포럼'을 지향하는 '헤럴드디자인포럼'은 올해 환경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행성이 필요한가'(Do We Need Another Planet?)라는 주제로 오는 10월 10일 개막하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19'의 연사들을 매주 1명씩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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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포럼2019에 기조 연사로 나서는 배우 공효진.


 

“몰래 껌 종이를 떨어뜨릴 수도 있고, 촬영장에서 일회용품에 담긴 도시락을 먹고 슬쩍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욕을 먹을 수 있고, 사진까지 찍혀 네티즌에게 지적당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게 두려워서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나 혼자선 정말 별 것 아닐 수 있는 일들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정말 큰 일을 낼 수 있다고 믿게 됐다. 그렇기에 그런 고민과 망설임 모두 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이야기하려고 한다.” –공효진의 ‘공책’(2010) 중

 

배우 공효진을 우연히 만난 건 지난 3월 홍콩 서구룡에 있는 M+뮤지엄에서였습니다. 세계적인 규모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 기간에 그녀는 친구와 단 둘이 조용히 이 곳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풍성한 실루엣의 트렌치 코트에 무심하게 둘러멘 새들백, 화장기라곤 없는 얼굴에 길게 늘어뜨린 곱슬머리까지, 잔뜩 꾸미지 않아도 누구나 한 눈에 그녀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20년 동안 한결같이 사랑받고 있는 국내 정상의 여배우이자, ‘공블리’라는 수식어로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가 돼 온 패션 아이콘, 공효진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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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디자인포럼2019에 기조 연사로 나서는 배우 공효진.

 

 

1999년 영화 ‘여고괴담2’로 데뷔한 지 올해로 20년입니다. 지난 20년 간 공효진은 배우로서 한 장르에 갇히길 거부하고 영화와 드라마, 블록버스터와 독립영화까지 성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습니다. 그러한 그녀가 단순히 연기 잘하는 배우이자, 옷 잘 입는-심지어 명품 브랜드 ‘디올’의 뮤즈로서-패셔니스타 외에도, 실천적인(!) ‘환경운동가’로 성장해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혹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패셔니스타’와 ‘환경운동가’는 어딘지 모순돼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녀 스스로도 9년 전 출간했던 환경 에세이 ‘공책’에서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환경에 대한 열정만큼 패션에 대한 열정, 욕심도 있는 나”라고 말이죠. 여우털 코트 한 벌을 두고 벌였던 그녀의 고민을 들여다보면, 그녀 역시 예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여성일 수 있습니다.

 

9년이 지난 지금도 어쩌면 “패션에 대한 열정이나 욕망이 환경에 대한 의지와 상충할 때 분명하게 답을 내릴 수 없다”고 고백할 지 모릅니다. 그럴 때마다 더 많은 이로운 일을 해야겠다며 평소보다 더욱 샤워를 짧게 하고, 콘센트에 꽂아놓은 플러그를 모조리 뺀다거나, 테이크아웃 커피의 유혹을 꾹 참고 집에서 만들어 마시는, 자신을 조금 더 귀찮게 만드는 일들로 반성을 하고 있겠지요.

 

그러나 분명한 건 그녀는 우리보다는 조금 더 열심히 노력하고 행동하는 환경운동가라는 점입니다. 살아 숨쉬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 모든 생명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곧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임을 알고 “지구에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으로 자신의 인생을 더욱 충만하게 만드는 그녀이니까요.

 

샤워는 10분 만에 물로만 끝내고, 수건은 여러 번 쓴 후 맨 마지막엔 반려동물의 목욕 수건으로까지 ‘재활용’한 다음 세탁해 물을 아낍니다. 또한 플라스틱 주스병에 붙은 비닐은 따로 떼어 분리하고, 우편 청구서의 주소란에 붙은 비닐도 일일에 제거해야 직성이 풀리는, 분리수거의 ‘달인’이기도 하지요. 나의 편리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지구의 에너지가 소모됐고, 어떤 생명이 희생됐을지를 강박적으로 고민하는 환경운동가로서의 모습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워너비’ 아닐까요.

 

배우이자 환경운동가, 그리고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슈퍼매직팩토리’를 이끌고 있는 공효진이 오는 10월 10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19’의 기조 연사로 나섭니다. 올해 헤럴드디자인포럼은 '우리에게 새로운 행성이 필요한가'(Do We Need Another Planet?)를 주제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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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효진이 이끌고 있는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슈퍼매직팩토리'의 작업물들. 버려지는 의류 등에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자수를 놓는 방식으로 새롭게 디자인해 판매하고 있다.

[사진출처=슈퍼매직팩토리 홈페이지]

 

 

우연히 홍콩의 미술 전시회에서 만나 ‘환경’을 주제로 한 포럼 무대에 연사로 나서줄 것을 제안한 이후 수 개월, 그녀는 오랜 고민 끝에 매우 조심스럽고도 신중하게 세계적인 아트&디자인계 명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무대에 오릅니다.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던질 기조 연사로 말입니다.

 

그녀의 고민과 망설임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제가 환경을 걱정하는 걸 사람들은 잘 몰라요. 쇼 프로에서 그런 제 모습을 보여준 적도 없고, 또 그렇다고 제가 완벽한 환경운동가도 아니니까요. 제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일회용품을 쓰는 제 모습이 사진에 찍혀 SNS에 오를 수도 있어요. 어쩌면 제 무덤을 파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겁내고 모른 척 하기엔, 환경 문제는 제 인생의 주제인걸요.”

 

김아미 기자·헤럴드디자인포럼 디렉터 /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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