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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승화된 낙서 - 그래피티 아트
201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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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예술로 승화된 낙서 - 그래피티 아트

By 안희찬 (스토리텔러)

거리를 거닐다보면 언젠가부터 낙서들이 벽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관에 좋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무의미한 욕설과 함께 날카롭게 쓰인 거친 말들. ‘그래피티’라는 말은 알고 있었지만 저러한 낙서들은 예술이 아닌 반항의 흔적으로만 여긴 나였다. 하지만 군 복무 중 이런 관점을 바꿔준 일이 일어났다. 황폐하기만 하던 군부대의 벽면을 벽화 봉사자들이 나서서 멋있게 꾸며준 것이었다. 그 후로부터 나는 그래피티를 ‘그래피티 아트’로 인식하게 됐다. 오늘은 이 그래피티 아트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1. 그래피티 아트, 너는 누구냐

유럽에선 이미 예술로서 인정받은 그래피티 아트. 우리나라에선 아직 낯설기만 하다. 우선 그래피티 아트의 어원부터 알아가 보도록 하자. 그래피티 (Graffiti) 는 ‘긁어 새기다’ 라는 뜻의 이탈리어 ‘Graffito'와 그리스어 'sgraffito'에서 유래된 말 이다.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긁어서 새기는, 즉 뿌릴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만드는 낙서나 그림을 나타내는 말 이다. 그래피티 아트의 기원은 그 어떤 예술보다 오래됐다. 우리가 미술, 역사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고대 동굴의 벽화나 유적에 새겨진 것들. 그 모든 게 그래피티 아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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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 톰블리, 무제, 사진 출처 = Christie's>

이 그래피티 아트가 본격적으로 예술로 주목받기 시작하게 된 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다. 미국의 추상주의 화가 사이 톰블리 (Cy Twombly)는 무언가를 뿌려서 만드는 그림과 낙서에 관심을 가졌고 같은 미국의 추상주의 화가 잭슨 폴록 (Jackson Pollock)은 물감을 끼얹고 튀기고 흘리는 ‘액션 페인팅’을 통해 그래피티 아트의 발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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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폴록, 넘버31, 사진 출처 : MOMA>

2. 그래피티 아트, 현대 예술을 만나다

톰블리와 폴록이 그래피티 아트의 발전에 방아쇠를 당겼다면 이를 극대화 시킨 아티스트는 장 미숼 바스키아 (Jean Michel Basquiat)와 키스 해링 (Keith Harring)이 있다. 장 미쉘 바스키아는 미국의 전문 낙서화가로 인종주의, 흑인영웅, 자전적 이야기 등을 자신의 그림 소재로 다루면서 예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장 미쉘 바스키아는 팝아트 계열의 천재적인 자유구상을 그림에 담아내면서 그래피티를 지저분하고 서투른 낙서가 아닌 진정한 예술로서 승화시킨 화가다. 키스 해링 또한 미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다. 그는 부정적인 낙인이 박힌 그래피티를 새로운 형식으로 창조한 아티스트로 평가 받는다. 장 미쉘 바스키아가 에너지틱한 그림을 그렸다면 키스 해링은 간결하고 위트 있는 그래피티를 선보이며 또 다른 그래피티 아트의 매력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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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미쉘 바스키아, 기도하는 사람, 사진 출처 : ADAGP Banque d'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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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 빛나는 아기, 사진 출처 =매일경제>

3. 그래피티 아트,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나라보다 보수적인 색채를 강하게 지닌 우리나라 예술계. 그렇기에 그래피티 아트에 대한 시선은 더더욱 곱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시선에 도전장을 내민 아티스트가 있었다. 로얄독 (Royal Dog) 이라는 닉네임으로 세상에 자신을 알린 아티스트, 심찬양이다. 만 2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우리나라의 그래피티 아트를 대표해 LA, 뉴욕 벽면에 한국적 그래피티를 새긴 인물인 심찬양. 한국에선 그래피티 아트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해 미국에서 그래피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한복 입은 흑인 소녀’ 등의 한국미와 인종 문제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그래피티로 까다로운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런 그의 노력 덕분일까? 우리나라에도 그래피티를 하나의 예술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져 이제는 주변 곳곳에서도 그래피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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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찬양, 한복 입은 흑인소녀, 사진 출처 = 심찬양 Facebook >

그래피티. 폐쇄적인 환경 탓에 예술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음지에 있는 주제를 양지로 꺼내어 색다르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사회를 건드리는, 그 어떤 예술보다 뚜렷한 예술이 됐다. 요즘에는 그래피티 아트를 주제로 하는 전시회나 축제도 많으니 독자들도 함께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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