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디자인의 요람…바우하우스
19세기 말, 독일은 산업혁명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영국을 뒤따르고자 했다. 이런 목표는 국가적 차원의 스케일을 갖게 돼 정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그 결과 1907년 가을, ‘독일공작연맹 (Deutsche Werkbund)’ 이 결성됐다. 독일공작연맹은 디자인 흐름을 하나로 통합했고 디자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독일의 산업과 경제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독일공작연맹에 2% 아쉬움을 느끼는 이가 있었다. 바로 독일공작연맹에 참여한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였다. 그는 모든 디자인이 하나의 총체 예술이 되길 바랐다. 즉 현대판 바우휘테 (Bauhutte, 장인집단)를 꿈꾼 것이다. 이 열망을 담은 곳이 바우하우스 (Bauhaus) 였다.
<바우하우스의 과목, 사진 출처 : The Art Story>
1. 바이마르 바우하우스 시대 (1919-1924)
바우하우스 선언에는 다음과 같이 써 있었다. ‘건축가, 조각가, 화가들은 모두 공예로 돌아가야한다!’
선언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초기의 바우하우스는 공예 작업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들은 100여명의 남학생과 1차 세계대전 이후 복구과정에 참여했던 50명의 여학생이었다. 이들은 내부의 공방에서 수공예 마이스터들에게 공예에 대한 실습을 받았다. 교실에서는 그로피우스와 요하네스 이튼 (Johannes Itten)의 강의를 들었다. 1920년에는 나무, 유리, 도자기 공방을 위한 마이스터를 영입해 공방 작업을 의무화 시켰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초기, 바이마르 시대에는 공예를 중점적으로 가르치며 디자인의 기초를 다졌다.
<바우하우스의 주역들, 사진 출처 : thebauhaus>
2. 시립 뎃사우 바우하우스 시대 (1925-1927)
바우하우스는 독일 내 정치적 이슈에 휘말려 ‘뎃세우’로 이전하게 됐다. 이 시절엔 바이마르 시절의 졸업생들이 교수진으로 합류하여 전성기를 이룩했다. 바우하우스는 공예 성격을 최소화하고 이론과 실습 안에서 시스템을 정립하기 시작했다. 공업화를 전면으로 내세워 산업계와 제휴하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공업 제품의 디자인을 위한 산업 디자이너를 양성했다.
<데사우 바우하우스 건물, 사진 출처 : Atrsy>
3. 뎃세우 한네스 마이어 시대 (1928-1929)
1928년 그로피우스가 떠난 후 스위스 건축가 한네스 마이어 (Hannes Meyer)가 바우하우스의 교장으로 취임했다. 이는 불행의 시작이기도 했다. 마이어는 바우하우스를 정치적인 성격으로 규정했다. 그는 바우하우스의 수업방식을 낡고 형식적이라 주장하며 완전한 폐기를 원했다. 마이어는 바우하우스가 유지해 온 예술적 경향을 버리고 시스템적인 조형을 추구하길 촉구했다. 결국 바우하우스가 분열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4. 베를린 미스반데어로에 시대 (1932-1933)
뎃세우와 불편한 관계였던 마이어가 물러나고 미스 반 데어 로에 (Mies van der Rohe) 가 새로운 교장으로 부임했다. 그러나 바우하우스는 이미 정치적 희생양이 된 지 오래였다. 결국 나치의 탄압을 견디지 못하고 1933년 5월 12일 완전히 해체하게 됐다.
<바우하우스 무브먼트, 사진 출처 : Pinterest, Archdaily>
바우하우스는 20년도 채 안 되는 짧은 역사를 가졌다. 그러나 그들은 예술계에 한 획을 그은 거룩한 단체였다. 여러 가지 재료에 대한 연구를 하고 감정 트레이닝을 예술의 한 영역으로 인정해 가르쳤다. 공업화의 모순과 시대정신에 대해 고민하고 근대주의를 뛰어넘는 전위적 사상과 시도를 활발히 했다. 무엇보다도 디자인 교육의 틀 (예비교육 (기초 디자인) - 전공교육 - 통합교육)을 정립했다. 결과적으로 역사적인 예술가와 철학가를 배출해 현대 디자인의 요람이라 불리는 단체로 성장했다.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곳곳에서 바우하우스의 향수를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미대 커리큘럼이 바우하우스 프로그램을 모방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제품들, 타이포그래피 등의 디자인 또한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았다. 몇 십 년을 내다본 디자인으로 우리에게 많은 걸 안겨준 바우하우스. 언젠가 우리나라에도 바우하우스와 같은 예술 교육기관이 탄생하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