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공원에선 아이들 뛰노는 소리도 아름다운 데 집에선 작은 소음도 듣기 싫어한다. 자연과 단절될수록 인류는 더 성능 좋은 집에만 집착하고 있다.”

건축계의 거장, 이토 도요가 전파하는 미래의 건축은 상식을 뒤집고 있다. 아니, 우리가 ‘상식’이라 오인했던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여름엔 좀 더 덥고, 겨울엔 좀 더 추운 집. 서로의 소리를 항상 들을 수 있는 얇은 벽. 그는 건축이 점점 사람과 자연을 갈라놓고, 인류를 한층 예민한 동물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상과 온도ㆍ소리를 공유하는 건축을 주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한 이토 도요는 지난 8일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진정 인류의 미래를 위하는 건축은 조금 더 불편한 건축”이라고 했다.?

지난 8일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에서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강연을 마친 일본의 건축가 이토 도요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그는 “집에서 책을 읽을 때 조금만 소리가 들려도 신경이 쓰이지만, 공원에선 아이들이 뛰노는 가운데에도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다”며 “남과 단절된 건축에 살게 되면서 인간은 점점 성능 좋은 집만 찾게 되고, 점점 예민해지고 있다”고 했다. 과거보다 방음 기술은 향상됐지만, 층간 소음으로 살인까지 빚어지는 오늘날. 이토 도요의 지적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그는 “건축이 개방될수록 인간은 소음에도, 온도에도 더 관대해질 수 있다. 건축 디자인을 할 때 최대한 벽을 얇게 만들고, 건축물 내외부를 구분할 수 없도록 디자인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는 향후 목표와 관련해선 “3년 전부터 젊은 건축가와 소모임을 만들고, 초등학생과 건축을 얘기하는 모임을 열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갈 건축가를 양성하는 데에 남은 힘을 쏟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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