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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비통의 역사 속으로 떠나다
201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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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루이 비통의 역사 속으로 떠나다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 루이 비통> 展

By 홍연진 (스토리텔러)

다이아몬드와 별, 꽃 그리고 알파벳 L과 V로 구성된 ‘모노그램 캔버스(Monogram Canvas)’.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 패턴은 루이 비통의 상징이 되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루이 비통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DDP에서 개최되고 있는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 루이 비통> 展은 1854년부터 지금까지의 루이 비통의 가방을 선보이며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려주었다.

창립자 루이 비통은 1835년 파리에서 상자 제작자 겸 전문 패커인 로맹 마레샬의 제자로 일하면서 맞춤 제작 상자와 트렁크를 만들고, 포장하는 법을 배웠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1854년 메종을 설립하였다. 그는 인체공학적인 디자인 연구뿐만 아니라 내구성이 강하면서도 가벼운 여행 가방을 제작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직사각형에 평평한 형태의 트렁크는 오늘날 현대적인 여행 가방의 시초가 되었고, 이 디자인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모조품들이 생겨나자 캔버스 소재를 활용하여 차별화를 시도했다.

1875년에는 세로로 세워 옷을 걸 수 있는 워드로브 트렁크(wardrobe trunk)를 최초로 개발했다. 이 트렁크는 여행 가방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었던 루이 비통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 했다. 이후 아들 조르주와 손자 가스통-루이가 메종을 이어받았다. 1890년에 등장한 텀블러 잠금장치는 고유번호를 지닌 하나의 열쇠로 여러 개의 루이 비통 트렁크를 모두 열 수 있게 했다. 1896년에는 모노그램 캔버스가 탄생했다. 이처럼 루이 비통은 1954년 설립 이래로 기능성, 이동성, 아름다움을 고루 갖춘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사진 출처=직접 촬영>

1906년도 주문용 카탈로그를 살펴보면 루이 비통을 성공으로 이끈 대표적인 트렁크들이 실려 있다. 평평한 트렁크, 캐빈 트렁크, 자동차용 트렁크 등 서로 다른 교통수단에 맞게 고안되었으며 캔버스의 모티브, 잠금장치, 리본 술 장식 등 트렁크의 독특한 요소들이 나타나있다.

1854년에 선보인 회색 트리아농 트렁크는 1872년에 레드, 브라운, 베이지, 그리고 브라운 색상으로 제작된 줄무늬 캔버스 이전에 제작된 것이다. 1888년에 탄생한 다미에 캔버스(Damier canvas)는 갈색과 고동색으로 이루어진 체크 패턴으로 현재 대표적인 모노그램 캔버스보다 앞서 개발된 것이다. 이처럼 루이 비통은 평평한 형태의 트렁크에 다양한 디자인을 덧입히면서 고객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옷장 트렁크, 우편물 트렁크, 신발 트렁크, 책장 트렁크 등 기능에 충실한 모습도 보이면서 손상되기 쉬운 물건을 안전하게 포장하는 루이 비통의 명성을 공고히 했다.


좌▶ ‘그레이 트리아농 캔버스’(Grey Trianon Canvas trunk, 1858) 우▶ 다미에 캔버스를 활용한 제품
<사진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루이 비통은 여행의 발명과 함께해왔다. 앙드레 시트로엥은 1924년부터 1925년 사이에 조직된 아프리카 횡단 탐험대였다. 그들의 요청으로 탐험에 동참한 루이 비통은 기후와 교통수단, 탐험가들의 일상에 맞게 특별 주문된 트렁크를 제작했다. 티 세트, 세면도구 키트 트렁크 등이 바로 그것이다. 푸른 하늘과 드넓은 사막으로 구성된 전시 공간은 탐험의 역사와도 함께 해온 루이 비통의 독특한 면모를 더욱 살렸다.


<사진 출처=직접 촬영>

1901년 루이 비통은 옷장 트렁크 안에 접어서 보관할 수 있는 보조가방으로 스티머 백(Steamer bag)을 개발했다. 가벼우면서도 실용성을 갖춘 크기로 현대 여행가방의 전신이 되었으며, 캔버스나 가죽 프레임에 사용된 특수 잠금장치는 이후 패션계에서 재해석되었다. 스티머 백은 당시 유행이었던 선박 여행에 힘입어 큰 인기를 얻었다.


▶ 스티머 백(Steamer bag, 1901)
<사진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루이 비통은 선박뿐만 아니라 자동차, 항공, 기차 여행과도 큰 연관이 있었다. 비토니트 소재나 모노그램 캔버스로 제작된 자동차용 트렁크는 자동차의 뒤편이나 위편에 고정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옷과 모자 등을 운반하는 데 사용되었다. 당시 승객들은 납작한 모로코 가죽 가방을 팔에 안고 있었는데, 심플한 형태와 다양한 크기로 제작된 가방에는 간단한 소지품을 담을 수 있었다. 이는 패션 핸드백의 서막을 알렸다.

또 비행사와 승객들을 위해 제작된 트렁크도 있었는데, 26kg 미만의 소지품을 담을 수 있었다. 기차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침대차 좌석 아래에 밀어 넣는 캐빈 트렁크, 들고 다닐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여행 가방도 고안됐다.


<사진 출처=직접 촬영>

루이 비통은 트렁크와 예술을 접목시키는 것을 즐겨했다. 루이 비통의 손자인 가스통-루이 비통은 누구보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타이포그래피에 몰두하여 모노그램을 탄생시키고, 이를 디자인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또 루이 비통은 예술가들과도 협업을 자주 시도했다. 앙리 마티스, 프란시스 피카비아 등 유명한 화가들이 루이 비통에 트렁크를 주문하였고, 반대로 루이 비통은 무라카미 다카시, 데미언 허스트 등 현대 미술 작가들에게디자인 개발을 의뢰했다.

1996년 모노그램 캔버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루이 비통은 아제딘 알라이아, 마놀로 브라닉,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진행했다. 이듬해 루이 비통은 마크 제이콥스를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하고, 기성복 컬렉션을 출범하였다. 그는 16년 동안 하우스를 이끌면서 매 컬렉션마다 독창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또 세계적인 예술가인 스테판 스프라우스, 무라카미 다카시, 리처드 프린스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마크 제이콥스가 떠난 이후에도 쿠사마 야요이, 신디 셔먼, 제프 쿤스 등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을 진행했다. 그들의 예술적 영감이 담긴 제품을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현재 엄청난 리셀가로 논란 중인 슈프림과의 콜라보레이션 제품도 전시돼 있었다.


<사진 출처=직접 촬영>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 루이 비통> 展에는 루이 비통 16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무료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각 테마에 맞는 공간 디자인, 알찬 전시품, 자세한 설명이 준비되어있어 관람하는 내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즐거웠다. 특히 관람객이 비행기, 기차, 자동차 등을 타고 함께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루이 비통 측에서 이번 전시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여행용 트렁크에서 시작하여 시대의 흐름과 함께 해온 루이 비통. 오늘날 자주 볼 수 있는 모노그램 캔버스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 기능성과 독창성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루이 비통은 명성에 걸맞은 장인 정신을 지니고 있었다.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루이 비통의 앞날이 기대된다. 전시는 오는 8월 27일까지 계속된다. 루이 비통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색다른 경험을 하고자 한다면 관람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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