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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자연과 공생해야 지속가능해” [헤럴드디자인포럼2023]
2023.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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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레바논 출신 건축가·교수 리나 고트메
창조위해 과거 발굴하는 ‘미래의 고고학’
건축 통해 회복탄력성의 가능성 전달
“제주 돌담길 인상적...한국과 협업 원해”

레바논 출신의 건축가·교수이자 프랑스 ‘리나 고트메 건축스튜디오’ 설립자인 리나 고트메(Lina Ghotmeh)는 15일 “지금은 자연과 공생하는 생태계를 건축·디자인이 만들어 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리나 고트메는 헤럴드 창사 70주년에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23’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디자인 철학인 ‘미래의 고고학’을 소개하며 “핵심은 현지의 자원, 재료, 주변 상황과 역사를 관찰해 환경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며 “지속가능하고 조화로운 디자인이야말로 책임감 있고 윤리적인 건축”이라고 말했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1980년 태어난 리나 고트메는 프랑스 DGT 건축스튜디오와 합작한 에스토니아 국립박물관을 비롯하여 2021년 데젠 어워드 수상작인 베이루트의 ‘스톤 가든(Stone Garden)’을 설계했다.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에서 학자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일본을 비롯해 동서양을 넘나들며 에르메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협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리나 고트메는 건축물이 지어질 해당 장소의 과거, 환경을 기반으로 지속가능성에 집중하는 ‘미래의 고고학’이라는 디자인 접근법을 갖고 있다. 리나 고트메는 “이것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과거를 발굴하는 고고학자와 같은 방식”이라며 “관찰을 통해 자연과 공생하는 창작물이 탄생하면 장소에 대한 기억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6월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전시된 ‘아 타블르(À Table)’ 파블리온 [Iwan Baan, Courtesy Serpentine]

리나 고트메는 2022년 제22회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선정돼 올해 6월 목재 우산 형상 파빌리온 ‘아 타블르( Table)’를 공개했다. ‘현대 건축의 실험장’으로도 불리는 이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리나 고트메는 세계 건축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의 ‘아 타블르’는 안쪽과 바깥쪽이 우아하게 전환되는 디자인을 통해 조화와 순환의 감각이 드러난다. 리나 고트메는 “꽃잎과 같은 독특한 형태는 나무가 우거진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면서 “대지 및 지구와 강력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화와 유쾌함을 장려하는 함께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작품이었다”고 설명했다.

리나 고트메의 이런 접근법은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한 도시인 베이루트와도 연결돼 있다. 어릴 적 고고학자를 꿈꿨던 그는 “베이루트는 페니키아 시대부터 오스만 제국, 현대 건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와 서사를 엿볼 수 있는 팔림프세스트(palimpsest) 같은 도시”라며 “저는 이 ‘제3의 공간’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영감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2021년 데젠 어워드 수상작인 레바논 스톤 가든[Iwan Baan]

리나 고트메의 작품이자 주거형 공간인 베이루트의 ‘스톤 가든’에서는 ‘미래의 고고학’이라는 그의 철학이 드러난다. 그는 ‘스톤 가든’을 통해 레바논 전쟁 경험세대로서 바라본 분쟁의 역사, 상처 입은 풍경과 같은 과거의 흔적을 현재 도시에 정착시켰다. 질서정연한 창문과 손을 이용해 직접 기후에 맞춘 외장(外裝)을 만든 과정은 레바논 고유의 주택 건축 방식을 떠올리게 하며 문화와 역사에 기반을 둔 그의 방법론을 보여준다.

‘효율을 추구하는 것보다 과거와 연결된 건축을 추구하는 이유’를 묻자 리나 고트메는 “과거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상상하면서 동시에 도시의 기억을 구현하는 것”이라며 “건축을 통해 회복탄력성의 가능성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건축가로서 그가 주목하는 재료 중 하나는 석재(石材)다. ‘스톤가든’에도 활용된 석재는 레바논의 고전 건축물에서 자주 발견되는 자재이다. 리나 고트메는 “건축 자재로서의 석재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석재는 과거 도시 건설에 사용되었던 재료일 뿐 아니라, 오늘날 다시 영감의 원천이 되는 소재”라고 설명했다.

리나 고트메는 지난해 에르메스 재단이 운영하는 ‘스킬 아카데미’의 교육 디렉터로도 임명돼 활동하고 있다. 전문가로 구성된 아카데미 데 사브르-페어 에서 그는 석재(石材)가 가진 잠재력과 사용 방식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마스터 클래스와 컨퍼런스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리나 고트메는 건축을 할 때 가장 중시하는 가치를 묻자 ‘인본주의(humanism)’을 꼽았다. 그는 “휴머니즘은 인간 개개인의 존엄성을 긍정하고 사회적, 지구적 책임을 갖는다”면서 “책임감 있고 윤리적인 디자인은 공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환경과 시너지를 내며 그 안에 구축된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과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한국은 전통 한옥 건축을 비롯해 배울 점과 영감을 주는 건축물이 많은 나라”라며 “한국 건축가와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지속가능한 휴머니즘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을 만들 기회를 원한다”고 답했다. 그는 “제주도와 돌담길 같은 환경과 결합된 다양한 지속가능하고 조화로운 디자인은 특히 제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도 말했다.

리나 고트메는 오는 19일 개최되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23에서 ‘공생 속에서 살기-미래의 고고학(Living in Symbiosis-an Archeology of the Future)’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이날 리나 고트메는 시간, 기억, 공간 사이의 연결고리를 통해 ‘인본주의적’ 접근방식을 고수하는 자신의 건축철학을 청중과 나눌 예정이다.

김희량 기자 /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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