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 방한…"역사에 대한 관심 부족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지난 3월 서울 동대문운동장을 헐어낸 자리에 지어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문을 열자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장소의 역사성을 무시한 흉물이라는 의견이 엇갈렸다. DDP는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이라크 출신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물.
DDP처럼 '세계적인 건축가'라는 수식어가 이름 앞에 붙는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을 국내에서 찾는 것은 이제는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 산(SAN·옛 한솔뮤지엄)이 작년에 문을 열었고, 스위스 출신의 건축가 페터 춤토르는 경기도 화성에 자리한 천주교 수원교구 남양성모성지 내에 작은 기도 공간을 설계한다. 남양성모성지에는 삼성미술관 리움 등의 설계에도 참여한 마리오 보타가 설계를 맡은 대성당도 들어설 예정이다.
유명 건축가를 '모셔오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는 가운데 DDP처럼 일부 건축물은 한국의 문화적·지역적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건물이라는 비판도 종종 받는다.
"외국 건축가 탓이라거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게 아니라 그 국가 내에서 전통과 현대 간에 갈등이 존재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네덜란드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70)의 얘기다. 그 역시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동교육문화센터, 서울대 미술관 등을 설계했다.
렘 쿨하스는 26일 DDP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일반화된 답을 할 수는 없겠지만 과거에는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전통적인 삶의 방식 하나였다면 이제는 많은 변화를 통해 전세계가 생활방식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000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하고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건축계의 거장이다. 현재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설계사무소 OMA 소장이자 하버드대 건축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렘 쿨하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건축이라는 것 자체도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직업 자체가 변했기 때문에 여기에 기초해서 나올 수 있는 평판, 명성도 같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대한 건축가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는데 이는 최근 볼 수 있는 현상과 관련이 있을 것 같네요. 건축가가 구찌나 까르띠에를 위해 가구를 설계하는 일을 한다면 전통적인 개념에서 생각하는 '위대하다'는 정의에 맞을 수 있을까요?"
그는 건축 교육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역사적인 지식이 굉장히 도움이 됐다"면서 "역사적인 지식이 있기 때문에 현상을 맥락화하는게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교육에 있어 역사가 관심을 덜 받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면서 "역사는 먼 과거의 역사뿐 아니라 현대의 역사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가 총감독을 맡은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근대성의 흡수'(Absorbing Modernity: 1914∼2014)라는 통일된 주제로 국가관 전시가 이뤄졌다.
그는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한국관 전시에 대해 "남북의 변화와 발전을 다 이해하고 풍부한 그림 하에서 한국의 건축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제시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호평했다. 한국관 커미셔너였던 조민석 매스스터디스 대표는 그의 제자다.
공교롭게도 간담회가 열린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도 렘 쿨하스의 제자다.
렘 쿨하스는 "다른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렇게 큰 규모로 복잡한 예술을 도심에 지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업적이라고 생각한다"고 DDP를 둘러본 소감을 말했다.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