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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의 미학을 제품에 새기다 - 유영규(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20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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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단순함의 미학을 제품에 새기다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유영규

By 허은미(스토리텔러)

유영규 제품디자이너는 삼성전자, 아이리버와 같은 국내 굴지의 기업을 거쳐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매력적이면서, 디자인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상업적인 가치까지 내뿜고 있는 그의 작품과 그의 디자인 철학이 궁금했다.  

Q. 먼저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왜 산업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학부시절 초반 그래픽 전공을 염두에 두고 있던 내가 산업디자인 전공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고)이기후 교수님의 여러 제품디자인을 접한 뒤부터 입니다. 제품뿐 아니라 그 제품을 위한 그래픽디자인까지 통합적인 사고로 탄생된 디자인들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픽을 전공하면 이렇게 멋진 산업(제품)디자인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산업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산업디자이너로 디자인을 하며 패키지, UX, 리테일, 전시디자인 등 거의 모든 부분을 넘나들며 디자인하는 것들이 그때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되었고, 통합적이면서 일관성 있는 브랜딩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왔다고 생각됩니다. 

Q. 자신만의 디자인 철학과 원칙이 있나요?
'오래 사용해도 가치를 잃지 않고, 이유가 있는 심플한 디자인'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산업디자인이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의 가치보다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목적에 의해 불필요한 장식들로 치장되고 너무 트렌디한 제품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품들은 대부분 쉽게 질리게 되어 그 만큼 제품으로서의 생명력이 짧아집니다. 사용자가 제품에 대한 흥미나 가치를 지속적으로 느끼지 못하게 하죠. '이유가 있는 심플한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시장에서 계속 사랑받는 제품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또한 이는 제품의 목적과 기능이 그 회사의 비전에 기반을 두면서 최대한 심플하게 정의 되어야 하며 회사 내부 정치나 외압 등에 의해 디자인이 좌지우지되지 말아야하는 원칙이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Q. 디자인 과정 중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요?
최종 양산제품의 질, 디테일, 완성도에 시간을 쏟는 동시에 이 제품이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를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공을 들입니다. 특히 사람들이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디테일까지도 집요하게 신경을 쓰는 건 그 디테일을 발견해 감동을 느끼는 단 몇 명의 눈 높은 소비자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감동은 그 제품(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소비자 충성도로 이어지게 됩니다. 아무리 저가 제품이라도 주어진 소재와 조건 안에서 디자이너가 얼마나 정성을 들이고 깊게 고민하는가에 따라서 단순히 싸구려 제품이 아닌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치 이상의 기대와 작은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집니다. 

Q. 그동안 작업하셨던 작품들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디자인을 소개해주세요.

        

<제팬크리에이티브, 제스퍼 모리슨 등 6명의 디자이너 참여>

 <일레븐플러스 병가습기>

 

 <일본 제팬크리에이티브 전시 제품 / 프로팅라이트

(크레딧- 디자인:유영규, 제팬크리에이티브 디벨롭퍼: 진 쿠라모토 , 디자인어시스턴트: 송영덕 )>

 

첫번째는 Japan Creative ( Mihoya Glass 콜레보레이션)입니다.
2012년 무인양품의 디자이너로 있던 요타의 추천으로 일본 장인과 글로벌 디자이너의 협업이라는 새로운 시도에 초대되어 전시를 하게 된 적이 있습니다. 산업디자인계의 거장인 제스퍼 모리슨 등 해외에서 아주 훌륭한 디자이너들이 참여를 하고 일본에서 꽤 많은 활동과 오랜 전통,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매우 고집스러운 장인들과의 협업이라 몇 달 동안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이를 실현 시키는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던 프로젝트였습니다. 특히 누가 봐도 감탄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때까지 많은 실험과 고민을 한 이유는 한일간 정치적, 이념적으로 엮지 않고 나를 선발하고 이 프로젝트에 초대를 해준 보답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현대 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일본 장인의 아주 오래된 전통기술과 가장 최신기술인 'Magnetic Levitation'기술의 만남은 기대 이상의 반응으로 Japan Creative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호응을 얻는데 많은 기여를 한 작품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미래디자인을 이끄는 4명의 디자이너>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두 번째로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작업한 홀로렌즈입니다.
아이리버에서 디자인 총괄디렉터로 일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IT 제품에서는 디자인이라는 외형의 변화만으로는 소비자의 높은 안목과 해마다 새로움과 다름을 기대하는 부분을 충족시키기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해마다 새로운 기술혁신이 이루어져야 하는 IT 디자인 쪽에서는 혁신적이고 훌륭한 기술, 소프트웨어, 마케팅지원, 뛰어난 인력이 좋은 디자인에 날개를 달아주는 중요한 요소임을 절실히 느꼈기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제안은 나에겐 큰 행운과도 같은 기회였습니다. 5년 이상의 기간을 수많은 전문가들과 함께 만들어낸 이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역사상 최고의 디자인과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세상을 바꿀 제품으로 업계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뉴욕 쿠퍼휴잇 디자인뮤지엄 전시 - 전세계 63명의 아티스트, 건축가, 디자이너 참여>

<뉴욕 쿠퍼휴잇 디자인뮤지엄 전시 제품 / 플레이 1 & 2>

 

Q. 분야를 막론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디자인은 무엇인가요?
하라켄야의 작업물에 항상 감동하고 배웁니다. 그중 단연 최고는 2000년 초에 작업한 하라켄야의 무지다움을 만들어준 포스터입니다. 소금사막을 배경으로 광활한 자연의 여백 안에 무지를 보는 순간 소비자에게 단순히 제품 외형으로만 어필하는데 집중해왔던 나의 디자인개념과 방법론을 바꿔놓게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이 포스터는 직접적인 메세지가 아닌 느낌에 압도되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에 빠지게 만들고 순식간에 무인양품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제품 자제도 중요하지만 사용자에게 어떻게 제품(브랜드)의 가치를 알리는가에 따라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디자인들 입니다. 

Q. 이상적인 디자인과 상업적 디자인의 관계와 경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상적인 디자인을 브랜드가치 향상을 위한 디자인으로 정의해서 설명하면, 그 경계는 회사의 비전, 가치 그리고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에 따라 나눠진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침이 없이 서로 균형과 조화가 되어야 회사의 가치가 제대로 전달이 되고, 유무형의 동시 성장을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매출의 성장만을 사업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회사는 회사가치를 높이기 위한 무형적 가치에 투자하기 보다는 돈 버는 것에만 관심을 두어 단기적으로 매출성장은 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좋은 기업은 매출도 중요하지만 단순하게 매출만을 위한 상업적 디자인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장기적인 플랜으로 브랜드가치를 높이기 위한 이상적 디자인과 상업적 디자인을 효과적으로 균형을 맞춘 다양한 라인업으로 브랜드 가치를 성장시켜 가야합니다. 

Q. 협업하는 회사와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협업에서의 의견충돌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문제해결과 혁신을 위해 꼭 거쳐야하는 필요한 과정입니다. 다만 소비적인 의견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협업하는 프로젝트의 포지셔닝, 중요도에 따른 우선순위 협의, 제품의 개발 목표정의, 명확한 디자인 결정권자 등 사전에 명확하게 하여 의견충돌시 이 기준에 의해서 결정 및 협의해 나갑니다. 특히 협업하는 과정에서 감정이나 정치성이 배제가 되어야 하며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공통목표만을 위한 충돌은 좋은 결과를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기에 프로젝트 이후에도 좋은 협업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Q. 앞으로 맡고 싶은 프로젝트는 어떤 일인가요?
좋은 디자인과 심플한 기능을 합리적인 가격과 결합하는 일을 무척 좋아합니다. 이런 제품들의 브랜드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습니다. 좋은 디자인이 그만큼 비싸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디자인을 그만큼 좋은 가격에 구입할 때의 감동, 경험도 소비자에게 주는 또 다른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Q. 디자이너 ‘유영규’에 대해 궁금합니다.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떤 사람인가요?
'Talker'가 아닌 'Doer'
19년전 삼성전자 디자인실에 근무했을 당시 디자인했던 SCH-100이란 모바일폰이 있었습니다. 나에겐 처음 세상에 선보인 제품이면서 '단순함의 미학'에 대한 철학이 처음 담겨졌고, 쉽지 않은 도전이었던 제품으로 삼성 모바일폰 역사상 처음으로 알미늄 소재를 적용한 제품이었습니다. 당시 경제가 좋지 않던 IMF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너무 단순하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나온 이 결과는 나의 디자인 철학과 제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디자인혁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해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부터 결정권자에게 설득이 쉽지 않은 단순한 디자인을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찾아 접목을 시키면서 설득했고, 그로인해 좀 더 매력적인 제품인 동시에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었던 제품들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은 단순함의 미학을 바탕으로 한 산업디자이너의 핵심역량으로 CMF 전문가, 다양한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Envisioning 영역까지 넓혀가는 Multidisciplinary 디자이너로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나만의 디자인철학을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적용하고, 이상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 내는 나를 해외 동료디자이너들은 'Talker'가 아닌 'Doer' 라고 합니다. 즉 행동하는 디자이너, 발로 뛰는 디자이너라는 말입니다. 이 부분은 19년 전이나 현재까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Q.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좋은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일과 무관한 경우가 많지만 디자이너의 특권 중 하나가 일과 취미, 삶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하고 싶은 디자인이 있다면 어디를 막론하고 전 세계를 누볐고, 연봉이나 비용에 상관없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면 좋은 디자인을 위해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부터 결과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거나, 삶을 변화시켜 세상에 영항을 줄 수 있는 고민을 한다는 건 일이 아니라 즐거운 놀이이며 행복을 느끼는 삶의 일부입니다. 또 내가 걸어온 과정에서 만났던 인연들, 앞으로 나아갈 과정에서 만날 새로운 경험들은 평생 디자이너로 산다는 특권이자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하라켄야에게 받고 있는 많은 영향과 다른 여러 새로운 자극들은 좋은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하게되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좀 더 배우고 경험하면서 뉴욕전시나 일본장인과의 협업에서처럼 다양한 협업을 하고 싶습니다. 또한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과 인적네트워크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며 다음 세대 디자이너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Q. 디자이너로서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디자이너로서, 또 디자인스튜디오를 이끌어 오면서 Massimo Vignelli 가 한 말 중에 가장 와 닿은 말이 있습니다.
'Even if you're hungry, even if you're desperate, never work for a bad client because it's a waste of time.' - Massimo Vignelli, who loved Helvetica.
디자인을 본업으로 하는 디자이너라면 이 말을 꼭 새겨들었으면 합니다. 본인이 만들어낸 디자인 결과물은 곧 본인의 가치이며 이 가치는 넒은 세상의 훌륭한 디자이너들과의 더 좋은 관계로 연결해 주고 이는 더 좋은 기회로 연결시켜주는 훌륭한 조력자(메신저)의 역할을 해 줄 것입니다. 나쁜 클라이언트란 디자인의 가치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클라이언트를 말합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고 이런 결과는 새로운 좋은 프로젝트를 하는데 제약이 될 수 있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디자이너로서의 수명을 단축시키게 될 것입니다. 프로젝트나 회사를 고를 때 돈이 아니라 본인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한다면 잠깐의 어려움은 더 큰 결과로 보상받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이 좋은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하는 유영규 디자이너. 그가 그 동안 걸어온 길보다도 앞으로 걸어갈 길이 더욱 빛나고 값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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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인터뷰#제품디자인#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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