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op

news
home NEWS DESIGN
DESIGN
[2016 헤럴드디자인포럼] 로스 러브그로브 “지구라는 우주선 무수한 삶의 가치…이해·융합·창조하라”
2016.11.02
edit article
헤럴드디자인

[2016 헤럴드디자인포럼] 로스 러브그로브 “지구라는 우주선 무수한 삶의 가치…이해·융합·창조하라”


산업디자인의 ‘선지자’ 로스 러브그로브

 

로스 러브그로브(58)는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이자 ‘선지자’다. 그의 작품은 3차원 세계 물질의 심오한 변화를 이끄는 것에 있어서 최고봉으로 여겨진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논리에 영감을 받은 그의 디자인은 기술ㆍ물질 과학ㆍ지적이고 유기적인 형태의 삼위일체로, 많은 산업계 리더들이 21세기에 새로운 미적 표현이라고 여기는 것들을 만들어냈다.


자연의 유기적 곡면 작품 독보적
영감 얻으려 갈라파고스 군도로

환경이든 당신과 관련된 사람이든
아이디어 떠올리는 ‘맥락’ 어느곳에나

디자인 우선순위는 적게, 더 낫게
나노 단위서 가장 효율적 방향으로


비상한 접근방식과 인간이 깊이 내재돼 있는 그의 디자인은 카메라부터 자동차, 기차, 항공과 건축물 등 그가 터치하는 모든 것들에 낙관론과 혁신적인 생동감을 투영한다. 오는 8일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16’을 앞두고 e-메일 인터뷰를 한 러브그로브의 답변에 철학적 사고의 깊이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자연의 유기적인 곡면 형태를 다루는 데 독보적인 디자이너=러브그로브는 ‘캡틴 오가닉(Captain Organic)’ 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그의 디자인이 너무나도 자연적이고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줘 붙은 별명이다. 이같은 성향에는 그의 어린 시절 환경이 크게 작용했다. 러브그로브는 “난 바닷가와 인접한 자연적인 동네 출신이다. 자연이 마치 친구처럼 내 몸 속에 내재됐다”고 했다.

그는 학교에서 요리를 공부하면서 음식에 모든 산업이 들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건 바로 ‘열을 통한 상태의 변화’ 였다. “나는 말수가 별로 없고 명상을 좋아하는 사색적인 아이였다. 그러다보니 내 머릿속은 여러가지 상상으로 가득 채워졌다”

3.jpg

 

‘캡틴 오가닉(Captain Organic)’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자연의 유기적인 곡선을 디자인에 유려하게 적용하는 로스 러브그로브와 작품들.

러브그로브는 산과 나무 등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자연 환경이 독특하거나 아름다운 곳이라면 전 세계 어디든 찾는다. 그는 조만간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와 함께 갈라파고스 군도로 떠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러브그로브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맥락(context)은 어느 곳에나 있다. 환경이 됐든 당신과 관련된 사람이 됐든 말이다”라며 “디자인이 자연과 지구중심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갈라파고스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메일 인터뷰 답변이 지난 9월 말에 작성된 것을 감안하면 그는 이미 갈라파고스를 다녀왔고, ‘헤럴드디자인포럼2016’에서 이 여행에 대한 얘기를 직접 들려줄 가능성이 있다.

그에게 디자인의 정의를 묻자 “디자인은 감성 지능”이란 답이 돌아왔다. 디자이너들은 우리 삶 자체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디자인하도록 도와야 한다고도 했다. 러브그로브는 “디자이너는 가능성이란 열린 풍경을 지속시켜야 한다”며 “생물학적 다양성의 대리인이 돼주고, 우리 삶을 인간과 지구의 융합으로 이끄는 아이디어들로 풍성히 채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형이상학적으로’ 디자인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디자인의 대상을 단지 눈에 보이는 3차원의 물체에만 한정해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 디자인의 우선순위는=그의 디자인 철학은 최대한 적은 터치로 최대한의 아름다움과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디자인의 우선순위는 적게, 하지만 더 낫게 디자인하는 것(to design less but better)”은 그의 표현이다. 그가 디자인한 ‘조각의 실재’로 사람들을 더 깊이 감동시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디자이너로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그이지만 앞으로의 목표도 적지 않았다. 그는 “나는 진보된 물질과 기술을 우리 미래의 새 비전을 투영하는 가공품으로 바꾸는 통역자”라며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디자인하는 것에 흥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VR(가상현실) 고글, 이모티브 인사이트(Emotive Insightㆍ뇌파를 모니터링해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화하는 무선 헤드셋), 신경계통 디바이스, 우주선에서 일하기, 의료기기, 인공삽입물, 로봇 공학, 놀라운 자동차 등 과거를 복제하는 게 아니라 미래로 가는 형태를 만드는 이러한 제품들이 나의 꿈”이라고 설명했다.

러브그로브는 미래의 디자인 철학과 시대정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디자인의 미래 철학은 융합(컨버전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융합’은 내년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열리는 그의 쇼 주제기도 하다.

그는 “융합이란 환경 이슈, 에너지, 물질 자원, 오염, 일회용, 지구적인 충격, 새롭고 부가적인 기술, 디지털 디자인, 재료 과학, 생물학, 사회경제적 요인은 물론 어떤 것들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또 이것들이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인간의 핵심 가치 등 모든 것들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 디자이너들과 전공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물음에는 “지구라는 우주선에서 사는 것과 관련된 가치들을 이해하고, 창조하라”고 말했다.

▶“미래 경제는 혁신과 디자인, 기술적 진보에 관한 것…국제적 레벨의 디자인 장관 둬야”=러브그로브는 디자인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지원책으로 국제적 레벨의 ‘디자인 장관’을 둬야 한다는 흥미로운 주장도 펼쳤다.

그는 ‘한 나라의 디자인 역량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어느 곳부터 손 볼 것인지’라는 질문에 “가장 진보된 방식으로 교육시키는 새로운 디자인 아카데미를 만들 것”이라면서 “그 곳에서 철학, 농사, 바이오 기술, 인류학, 종족 보존, 자연 에너지 과학, 휴머니즘, 음악, 인간의 지위를 바꿔줄 진보된 세대의 사상가를 키워내기 위한 선진 언어학 등을 가르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디자이너의 역할이 예전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명된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경제를 구축하는 뛰어난 사업가가 될 수 있고, 단순한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아니라, 21세기의 진보된 디자인과 산업을 이끌 능력이 있는 소수의 산업 디자이너 리더 그룹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역량을 가진 디자이너들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의뢰받는 게 아니라 산업 전략을 결정짓는 경영진 레벨에 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브그로브는 미래의 디자인의 혁신이 줄기세포처럼 아주 작은 단위에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간의 몸이 가장 작은 단위의 나노 수준에서도 모든 것을 기능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듯 디자인도 모든 요소를 근본적이고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딱딱한 것에서 부드러운 것으로, 더러운 화석 연료에서 깨끗한 새로운 자연으로 이동할 것이다. 인간들은 그들의 생존을 부정하는 어떤 것이든 뿌리뽑을 것”이라면서 “인공지능(AI)이 인간을 별에 닿을 수 있는 비생물학적인 존재로 바꿔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이러한 것들이 진행되는 동안 똑똑한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음식을 재배하면서 도시로부터 떨어져 평화롭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keyword
#헤럴드디자인포럼2016#산업디자인#가구디자인#로스러브그로브#rosslovegrove
share
LIST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