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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디자인의 선두주자, 브래들리 타임피스
20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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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의 선두주자, 브래들리 타임피스

By 한희림 (스토리텔러)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시간을 알 수 있을까?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본 사람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비장애인은 그저 휴대폰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시간을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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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인공, 브래들리 타임피스 (출처 이원코리아)

여기 장애인을 위한 진짜 디자인이 있다. 바로 이원(eone)의 브래들리 타임피스이다. 이 시계는 만져서 시간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시각장애인용 손목시계와 유사하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소개된 브래들리 타임피스는 이후 킥스타터에서의 가장 성공적인 디자인 캠페인으로 손꼽히게 된다. 35일간 4만 달러를 목표로 시작했지만 6시간 만에 목표금액에 도달했으며, 종료시점에는 그 15배에 가까운 59만 달러를 넘는 투자금을 모았기 때문이다. 65개국 3800여 명의 사람들이 후원을 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구매자의 약 98%가 비시각장애인이었다고 합니다. 사회적 디자인을 넘어 인류 공통의 미적 감각을 자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원의 신념과 컨셉에 공감을 표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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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선수가 된 브래들리. (출처 이원코리아)

 

 왜 브래들리 타임피스일까? 간단하다. 브래들리가 뮤즈이기 때문이다. 이 남자는 브래들리 스나이더이다. 201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폭탄제거반으로 군에서 복무하던 스나이더는 폭발 사고로 시력을 잃었으나 좌절하지 않고 2012년 런던 패럴림픽에서 금메달 두 개와 은메달 하나를 획득하게 된다. 그는 이렇게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 오해 등의 그릇된 인식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이 시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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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입장에서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디자인. (출처 이원코리아)

 

디자인은 심플하고도 멋스럽다. 숫자판은 직선으로 표시되어 있으며, 3, 6, 9, 12는 좀더 크게 되어있다. 동그란 원판 위와 옆에 각각 쇠구슬 한 개씩이 시침, 분침 역할을 한다. MIT를 나온 김형수 대표 덕분일까, 내부도 튼튼하다. 자석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자리를 조금 이탈하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소리도 나지 않고 생활방수도 된다고 한다. 웰메이드는 누구나 알아보는 법, 올해 초에는 레드닷 어워드와 iF 어워드까지 수상했다. 가격은 약 34만 원으로 다소 비싼 감이 있지만 기능성뿐만 아니라 시계의 예술성, 그리고 사회적 통합을 염원하는 이원코리아의 가치관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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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스러운 금속 재질의 디자인 라인도 있다. (출처 이원코리아)

 시계를 제작하는 이원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모토로 한다. 이름 역시 everyone의 e와 one을 따와서 지었다. 시간을 알기 위해 반드시 눈으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원디자인. 시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만져서' 시간을 확인하기 때문에 watch가 아닌 timepiece라고 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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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래들리 타임피스를 차고 있는 김형수 이원코리아 대표. (출처 이원코리아)

 

이원디자인의 김형수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디자인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때 놀랐다고 한다. 그들은 시계의 외관에도 신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이 보기 어렵다고 해서 시각적 미를 추구하지 않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기능뿐이라고 생각한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말한다. 시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다른 제품을 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기존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계는 소리로 시간을 알려 장애인임을 알리는 토킹 워치나, 만져서 시간을 알 수 있지만 시분침이 쉽게 돌아가버리는 시계뿐이었다.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장애인의 입장을 짐작하고 형식적인 배려를 했기 때문이다. 보지 않는 시계는 비장애인에게도 유용하다. 시계를 보는 행위는 재촉이나 지루함의 표현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곤란한 자리에서 시계를 보기 힘들 때 쉽게 시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장애인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아름답고 유용하다고 생각할 제품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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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다양한 스트랩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 중인 브래들리 타임피스. (출처 : 이원코리아)

 

하루키는 그의 저서 <여자 없는 남자들>에서 “우리가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설령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한다 해도.”라는 구절을 통해 결코 타인을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에 대해 말했다. 마찬가지로 비장애인은 결코 장애인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력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결국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같은 미적 감각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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