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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농업의 대안, ‘수직농장’을 디자인하다
2017.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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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미래 농업의 대안, ‘수직농장’을 디자인하다

By 홍연진 (스토리텔러)

1798년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저서《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나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므로 인구와 식량 사이의 불균형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무시무시한 주장을 펼쳤다. 인구가 대략 25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므로 2세기 뒤에는 인구와 생활물자 간 비율이 256대 9가 되고, 3세기 뒤에는 4096 대 13이 되며, 2천 년 뒤엔 거의 계산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구체적 숫자까지 제시했다. 그리고 2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류의 식량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이다. 이때 한정된 자원인 자연을 가능하면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물과 에너지를 최대한 절감하면서 친환경적인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대안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수직농장(Vertical Farm)’이다. 수직농장 개념은 1999년 컬럼비아대 교수 딕슨 데스포미어가 제안한 것이다. 말 그대로 수평적인 평지에서 농사를 짓는 방식이 아닌 도심 속 고층 건물 내에 농장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작물 재배나 가축 사육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특별 설계되어 흙 없이 식량을 생산할 수도 있으며, 이론상으로는 어떤 종류의 작물도 재배가 가능하다고 한다.

수직농장에는 많은 이점이 있다. 먼저 365일 24시간 작물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농사 방식보다 생산성이 훨씬 뛰어나다. 또 질병, 잡초, 해충이 건물 내로 유입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살충제가 필요 없으며, 수경재배 혹은 수기경재배 방식을 도입하기 때문에 물 사용량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비료, 살충제, 토사 등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는 오염원을 발생시키지 않으며, 도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재배한 작물을 도시로 운반하는 데 드는 운송비용을 줄일 수 있다.

수직농장은 초기투자가 중요한 문제인데, 선진국들은 과감하게 투자하여 그 수를 늘려가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기업들이 선발주자로 나서 경쟁을 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의 수직농장인 에어로팜(AeroFarms)은 낡은 철강 공장을 리모델링하여 수직농장으로 재탄생시켰다. 세계 최대 규모인 약 1,900평으로 10m 높이의 건물 실내에 7~8단의 재배대를 설치하여 연간 1,000톤의 채소를 한해에 30회 이상 수확하고 있다. 가뭄이 극심한 미국 서부 지역과 작물의 90% 이상을 수입하는 알래스카 지역에서는 수직농장이 특히 미래 농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에어로팜 공식 홈페이지(aerofarms.com)>

그렇다면 수직농장을 짓는 데 정보통신기술만 중요할까? 사실 한국은 1990년대 후반에 와서야 수직농장의 한 단계 낮은 개념인 식물공장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 때문에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아직 상용화 단계가 아니다. 효율적인 건물 설계를 위한 디자인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폴란드 디자이너 파웰 리핀스키(Pawel Lipiński)와 매튜 프랑코스키(Mateusz Frankowski)가 설계한 수직농장 ‘Mashambas’은 다층 구조로 농산물을 판매하는 시장과 농업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는 시설이다. 이 디자인은 에볼로(eVolo) 매거진에서 주최한 ‘2017 Skyscraper Competition’에서 1등의 영예를 안았다.


<사진=pawel lipiński/mateusz frankowski>

건물 1층에는 현지에서 채취한 작물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원통형으로 햇빛이 잘 드는 건물 상층부는 작물을 키우는 영역이다. 또 중층부는 무인항공기의 이착륙 시절이 구비되어 있어 물자 운반과 작물의 출하 등이 가능하다. 건물 주변에서는 밭농사를 지을 수 있다. 건물은 전체적으로 나선형으로 설계되어 상층에서 생산한 농작물을 자전거 등으로 운반이 용이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곳에서 농업 교육이 이뤄지고, 그 지식을 얻은 사람이 작물을 생산해 잉여 작물을 판매함으로써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다. 해당 지역에서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나면 건물이 해체되어 새로운 지역으로 옮겨진다.


<사진=pawel lipiński/mateusz frankowski>

앞서 소개했던 것처럼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수직농장의 설립 목적인 ‘친환경적 방법을 통한 식량 문제 해결’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디자인이다. 고층빌딩이지만 사람들이 농업을 중심으로 원활하게 교류할 수 있도록 디자인적 장치를 넣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 필요에 따라서 건물을 해체할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그 지역의 환경과 주민들의 생활 수준에 맞는 건축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해나가지만, 지역 주민의 정서와 맞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 ‘Mashambas’는 수직농장의 기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아직 과학기술에 익숙지 않은 빈곤 지역의 주민들도 거부감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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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그리너리#건축#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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