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식기, 정치철학을 담다
<사진출처 = 정희정 직접 촬영>
첫 청와대 디자인 식기는 금색 봉황문양이 없다면 화려한 구석이라고는 볼 수 없이 담백합니다. 이는 이후 청와대에서 사용한 식기와 비교해보면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대에는 화사한 연보라색 철쭉꽃 문양이, 노태우 대통령대에는 금색이 들어간 십장생문양 등으로 청와대 식탁은 매우 세련되고 화려해졌습니다. 그 뒤를 이은 김영삼대통령대에는 이전에 사용하던 식기를 그대로 사용하여 손명숙 여사의 검소한 성품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하지요. 김영삼대통령의 칼국수대접도 이 그릇에 했었답니다.
이 청와대 디자인식기는 백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본차이나 기법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본차이나는 글자 그대로 소의 뼈를 넣는 거지요. 도자기를 만들기 위한 흙에는 규소라는 성분이 필요한데, 영국의 흙에는 규소가 부족하여, 제대로 된 도자기를 만들 수 없자 1790년대 조쉬아 스포드(Josiah Spode)가 소뼈의 재 성분을 넣어 만든 도자기를 본차이나라고 합니다. 일종의 대안으로 개발된 본차이나는 이전까지의 도자기보다 흰색이 선명하고, 경도도 강해 이후 세계적으로 고급 도자기의 표본이 되었습니다.
청와대에서 도자기를 주문했을 때 아직 한국에서는 본차이나 기법이 도입되지 않았는데, 이 식기를 제작하면서 본차이나 기법을 도입하여 기술력도 높였고, 나아가 한국도자기도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사진출처 = 대통령의 식기 전시 장면(경향신문 1997.6.26)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캡쳐>
청와대에서 식기를 디자인하여 사용한다는 것은 멋스러운 일인데, 최근에는 대통령이 새로 취임해도 패션에 관한 이야기만 있지 식기에 대한 이야기를 못 들어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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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정은 이화여대에서 식품영양학 학부, 석사, 박사 과정을 거쳤으며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가나아트센터 큐레이터,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원 등으로 근무했으며 현재 이화여대 연구원으로 각종 문화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동저서로 <종가의 제례와 음식> 시리즈, <한국의 무형문화재 시리즈 – 채상장> 등을 저술했다. 정희정은 특히 한국의 음식문화를 연구하고 미술사를 전공하는 과정에서 그릇의 역사와 쓰임에 큰 관심을 갖고 그릇과 조리도구의 디자인, 담음과 차림이 잘 어우러진 상차림의 중요성에 대해 즐겨 얘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