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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닌한 페미핑크…페미니스트의 핑크색에 대하여
2017.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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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

페미닌한 페미핑크- 페미니스트의 핑크색에 대하여

By 양진이 (스토리텔러)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주기-여혐과 여성인권, 페미니즘과 젠더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우리의 문화와 일상 속에서 급격히 활발해졌다. 관련 강연과 문화제, 퍼레이드가 열리고 페미니즘 메시지와 구호가 디자인된 상품은 불티나게 팔린다. 국내외 유수 여성학관련 도서들이 쏟아지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페미니즘 관련 독립출판 잡지와 웹진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대중들은 의아해하며 공통된 의문을 제기한다. 왜 페미니즘은 다 핑크핑크 할까? ‘페미니즘’하면 떠오르는 핑크색에 대해 조심스레 생각해 보기로 했다.

 

핑크는 페미닌한 색인가?
우리는 추상적인 집합체나 가치를 좀 더 단순 명료하게 어필하기 위해 색깔을 사용한다. 대통령선거에서도 각 후보자는 소속 정당이 대표하는 컬러의 옷을 맞춰 입고 선거운동을 했다. 기업들은 브랜드의 로고만큼이나 자체의 색을 소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에 유독 핑크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어떠한 의미로 해석되어야 할까?
페미니즘 축제, 캠페인과 굿즈에는 늘 핑크색이 있다. 참여자는 핑크색 팻말과 핑크색 구호가 쓰인 의상을 맞춰 입고 단체 행동을 한다. 굿즈와 여성주의 행사에는 핑크색 심볼이 빠지지 않는다. 핑크색이 페미니즘에서 왜 압도적으로 쓰이는지 그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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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페미니즘 페스티벌 페밋 포스터와 기념품>

<사진설명 = 핑크색 커버의 페미니즘 도서들 (출처: to_daeunnie 인스타그램) >

여아는 핑크 남아는 블루?
현대 한국의 여성상을 기록한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의 세대의 수많은 ‘김지영’들은 태어나자마자 여아답게 핑크색 옷을 입고 자라났다. 특정 색깔을 한 성별에만 제한하는 풍조는 사라진 듯 하지만 여전히 핑크만큼은 압도적으로 소녀와 여자를 대표한다. 2017년 (아직도) 대중문화와 언론에서는 여자-핑크 남자-블루 라는 이분법적 사용을 통해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키는 사례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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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엠넷(mnet)의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 2(남자) 과 프로듀스 101 시즌 1(여자) 의 제작발표회 사진>

보편적으로 ‘핑크빛’이 주는 감성은 여리고, 수줍은, 청순한 소녀와 관련된 심상, ‘여성스러운’ 페미닌한 느낌을 연상시키고, 핑크는 남성으로부터 타자화된 여성적인 색깔로 오래된 선입견을 대표한다. 여성학 과 젠더 관련 도서의 표지와 강연회의 팜플렛이 핑크핑크하다면 젠더 편견을 그대로 반영하는 아이러니함을 범한다. 그렇다면 페미니스트들은 핑크색과 어떻게 타협했을까? 페미니즘 운동과 계몽의 출발점은 핑크색이 유발하는 호기심과 ‘여성스러운’ 정서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다.

‘입덕’으로써의 핑크
핑크는 젠더리스(genderless)한 색이며, ‘핑크를 좋아하는 남자라고 해서 반드시 게이가 아니다’ 라는 것을 설득하고 편향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선입견에 맞서기 위해서는 핑크가 가진 고정관념을 전면으로 내세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단 강연장으로 불러 모으고, 앉혀서 책을 집어 들어 읽고 싶게 만들고 ‘페미닌한’ 매력으로 남자들은 물론 여자들까지 사로잡아야 했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닌한 디자인상품’의 소비를 통해 아티스트를 후원하고, 페미니즘 독서를 통해 계몽하고, 더 나은 사회가 되기를, 페미니즘 움직임이 지속적이며 기반이 건실한 생태계가 조성되기를 희망한다. 다만 ‘핑크스러움’을 넘어서는 전략이 더 필요할 것이다. 정치적 실체로써의 핑크색, 다양한 의미로써의 핑크색이 공존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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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저 및 참고문헌:
페밋 관련 https://tumblbug.com/femeet_goods2017
여성신문 ‘페미니즘 도서는 왜 ‘분홍분홍’할까 기사 http://www.womennews.co.kr/news/110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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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핑크#design#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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